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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비상 정부,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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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물가 상승세를 심화시키는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물가 상승을 넘어서는 임금 상승이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임금발(發) 물가 상승(wage push inflation)’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부총리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소위 ‘잘 나가는’, 여력이 있는, 큰 상위 기업 중심으로 성과 보상 또는 인재 확보라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높은 임금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물가 인상을 이유로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그간 IT업계에서 가파른 임금 인상을 해마다 되풀이하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임금 인상 도미노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일어난 극심한 인력난으로 임금발 물가상승을 겪었던 미국을 닮아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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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부총리는 “IT기업이나 대기업의 고임금 현상이 확산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물가 안정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전부 물거품이 된다”고 했다. 결국 가파른 임금 인상이 기업의 인건비 증가로 이어져 제품·서비스 판매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또다시 ‘임금 인상→물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이달 통화용 정책보고서에서 임금 경로를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이 앞으로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또 “과도한 임금 인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 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키운다”며 “이것은 결국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기업 현장 곳곳에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심화시킨다”며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경영계에서는 생산성 향상 범위 내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고임금 확산 땐 물가잡기 물거품” 노동계 “정부가 왜 임금 개입”

이에 손경식 경총 회장은 “올해 4월 고임금 대기업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중소 협력사와 취약계층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청년고용을 확대해 줄 것을 회원사에 권고한 바 있다”며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지나치게 올라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물가 인상을 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민간 자율을 강조하는 정부가 왜 대기업 노사문제에 개입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인위적으로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서 바로잡을 것이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관행부터 바로잡으면 자연스럽게 임금 격차는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김태년 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물가가 오르는데 임금 인상을 하지 않으면 그 고통은 임금 노동자인 국민이 고통을 홀로 감수하란 얘기”라며 “마치 물가 상승의 원인을 고임금에 전가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정안 1만340원 vs 9260원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 중인 노동계와 경영계는 28일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의 수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근로자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시간당 1만890원)의 수정안으로 1만340원을 제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12.9% 높은 금액이다. 사용자 위원들은 최초 요구안(9160원)의 수정안으로 9260원을 내놨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1.1% 인상된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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