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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피살전 '6시간 생존' 통일부는 몰랐다…"靑, 공유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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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하태경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20년 9월 북한군의 사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생존해 있던 6시간 동안 통일부가 관련 사실을 아예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28일 오후 통일부를 방문해 김기웅 통일부 차관 등과 비공개로 면담한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하 위원장은 "이대준씨가 생존했던 6시간 동안 청와대에서 관련 사실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일부에 전혀 안 했다"며 "(6시간 동안)대통령의 구조 관련 지시가 없었다는 게 해경과 국방부에서 공통으로 확인됐는데, 통일부에서는 구조 관련 지시도 없었고 정보 공유도 없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가 통일부에 관련 공문을 처음 보낸 건 10월 국정감사를 대비한 질의응답 자료였고,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통일부가 다른 부처와 주고받은 자료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로 조치를 취하는 동안 통일부는 아예 주무부처에서 제외됐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정부조직법상 '남북 대화'는 통일부의 관장 사무에 속한다. 이 씨가 생존해 있는 동안 북한 측에 연락을 취하는 노력을 통일부 차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사건 당시 통일부가 관련 정보를 확보했다면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주장도 그래서 나왔다. 하 위원장은 "(직통 연락선이 끊겨 있었어도)만약 통일부가 당시 언론을 통해 '우리 해수부 공무원이 서해에서 표류 중이니 북한에 도착하면 구조해달라'고 메시지를 냈다면 북한이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이날 오후 장마철 접경지역 홍수피해 예방 관련 입장 역시 언론 성명 발표를 통해 공개적으로 북 측에 알린 사실을 언급하면서다.

하 위원장은 2020년 7월 탈북민 김모씨가 한강을 헤엄쳐 고향인 개성지역으로 재입북한 사건을 언급하며 "그때는 (북한이 재입북자를) 죽이지 않았다. 북한이 코로나19라고 해서 다 죽였던 건 아니다"라는 김기웅 차관의 분석도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월북으로 믿었다면 북한에서 죽이지 않았을 것으로 통일부는 분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피해자의 시신을 불태운 것과 관련해 통일부가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24일 12시까지 시신을 '화장했다'고 내부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사실도 파악됐다.

하 위원장은 "당시 통일부 장관이 회의에 지참한 문건에 '시신을 화장하려면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한데 이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언급이 있었다"며 "통일부의 공식자료에 당시 시신이 불태워진 것을 시신 화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근거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뒤 이뤄진 엄연한 시신 훼손 행위를 통일부 내부적으로는 '화장'으로 봤다는 취지다. 당시는 북한이 시신이 아니라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주장하기도 전이다. 게다가 유감 표명의 방점을 시신 훼손이 아니라 '협의 부재'에 둔 점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통일부가 지난해 7~8월 남북 통신연락선이 잠시 복원됐을 때도, 다시 연결된 10월 이후에도 북측에 피해자 유족 측의 요청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피해자 유족이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 당국과의 면담 주선 ▶사고현장 방문 등을 북측에 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통일부가 지금까지도 관련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통일부는 이에 대해 '북한이 들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달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날 하 위원장을 비롯해 김석기·신원식·강대식·전주혜·안병길 의원 등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TF는 통일부를 방문해 철저한 진실 규명을 요구했으며, 통일부는 당시 미진했던 상황과 종합적인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해당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이 어처구니 없이 피살되고 이후 명예훼손까지 당한 것"이라며 "당시 통일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저희가 협조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협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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