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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거래소 길들이기 나선 금감원, '리스크 협의회' 첫 회의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뉴스1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뉴스1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암호화폐 거래소 길들이기에 나섰다. 법적 규제 권한은 없지만 협의회 형식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위험 요인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제도권과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업계에선 나온다.

금감원은 28일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준법감시인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내 회의실로 불렀다. 금감원이 발족한 ‘가상자산 리스크 협의회’의 첫 회의가 열린 자리였다. 금감원은 이 협의회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분석해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협의회 첫 회의에선 각 암호화폐 거래소가 소비자 보호 조치와 내부통제를 현재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가진단한 결과를 발표하고, 전문가에게서 보완 방안에 대해 들었다. 협의회 위원장은 천창민 한국과기대 기술경영융합대학 교수가 맡고, 학계 전문가로는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가 참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권한이 없다 보니 협의회 형식으로 운영하고 민간 위원이 회의를 주도하게 됐다”며 “법이 없다고 금융당국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시장과의 접점을 이렇게라도 만들어 놓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협의회 고문은 최성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다.

앞선 지난 13일 5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공동협의체를 만들어 ‘가상자산 사업자 공동 자율 개선 방안’과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발표된 자율 개선 방안은 코인의 발행과 유통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감독 당국의 관심은 소비자 보호와 기존 금융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협의회 구성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법으로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구두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이해했다”며 “자율 규제를 못 믿겠으니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에서 이제 암호화폐 시장을 마치 없는 것처럼 취급할 수 없게 됐다”며 “아직 법이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제도권과의 접점이 다수 생겼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날 협의회에 5대 암호화폐 거래소만 참석시킨 것에 대한 반발도 나왔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회장은 “금융당국이 5대 거래소만을 대상으로 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이들의 독과점 체제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진석 금감원 부원장보는 “가상자산과 기존 금융의 융합이 심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예상 못 한 신종 리스크 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참가기관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월 1회 모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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