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막내에 "Maknae" 부른다…해외팬 취향 저격한 K팬 놀이

중앙일보

입력 2022.06.28 17:00

업데이트 2022.06.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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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 노래 따라부르기 금지 등의 제한이 풀리자 K관객들은 지난 2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워터밤 서울 2022'에서 2년여만에 '떼창'을 즐겼다. 뉴스1

함성, 노래 따라부르기 금지 등의 제한이 풀리자 K관객들은 지난 2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워터밤 서울 2022'에서 2년여만에 '떼창'을 즐겼다. 뉴스1

K팝 산업의 성장에는 공급자인 연예 기획사와 아이돌의 노력뿐 아니라 수요자인 K팬덤의 문화도 한몫한다. 글로벌 팬은 한국의 열정적인 ‘덕질’(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일) 방식이나 팬덤 용어 또는 세계관을 배우는 것을 K팝 놀이의 백미로 꼽는다. 특히 K팬덤은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각종 차트에서 1위로 만들기 위해 ‘화력’(집단 행동력)을 발산하며 단체 행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비욘세가 감동한 ‘K떼창’  

BTS 공연 관람시 응원봉인 '아미밤'은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BTS 공연 관람시 응원봉인 '아미밤'은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K팬덤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도 공연의 일부라는 점이다. ‘떼창’(따라부르기)과 ‘팬 챈트’(단체 응원법)를 통해 아티스트와 함께 노래 부르길 원한다. 패럴 윌리엄스, 에미넘, 비욘세 등 해외 아티스트는 내한 공연에서 한국 관객의 떼창에 놀라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달 국내 콘서트에서 노래 따라부르기 금지 제한이 풀리면서 팬들의 함성과 떼창이 다시 시작됐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한국인은 모처럼 보러 간 가수 공연에서 그동안 억눌린 열정을 폭발시키고, 다 함께 뭔가 하고 싶은 집단주의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내가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무대를 가장 대단하게 만들고 싶은 과시, 경쟁 심리도 다소 얽혀 있다”고 말했다.

팬덤을 상징하는 흰색·노란색·파란색 풍선에서 한 단계 진화한 응원봉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K팝 콘서트에선 스마트폰과 연동된 응원봉이 필수품이다. 방탄소년단(BTS) 응원봉인 ‘아미밤’은 멤버들이 추는 춤과 동작에 반응해 색깔이 바뀐다. 이를 손에 쥐고 공연을 즐기는 해외 팬들은 “아미밤 덕에 BTS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응원봉은 해외에서 라이트스틱(lightstick)이라고 불리는데, 생소한 물건이다 보니 해외 팬들은 사용법을 검색해야 한다. 지난 4월 네 차례의 방탄소년단(BTS) 라스베이거스 공연에서 아미밤은 100억 원어치 이상 팔렸다.

빌보드도 견제하는 ‘K스밍 화력’  

BTS 팬덤 '아미'는 팬플랫폼에서 스밍 방법을 공유하며 서로를 독려한다. [사진 위버스 캡처]

BTS 팬덤 '아미'는 팬플랫폼에서 스밍 방법을 공유하며 서로를 독려한다. [사진 위버스 캡처]

좋아하는 가수를 음원 차트에서 1위로 만들기 위한 팬덤의 행동력도 상당하다. K팬덤은 아티스트의 컴백 시기가 다가오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스밍(스트리밍)을 시작한다. 스밍은 크게 음원 스밍과 뮤비 스밍이 있다. 음원 스밍은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스밍권을 구입한 뒤 시간 날 때마다 가수의 노래를 틀어서 곡의 순위를 높이는 행위다. 뮤비 스밍은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며 조회 수를 올리는 일이다. 최근엔 중장년층인 임영웅, 송가인 팬덤을 위한 스밍 설명서도 등장했다. K팬덤의 스밍 행위가 글로벌 차트까지 뒤흔들어 빌보드는 올해부터 한 주에 음원 다운로드 1건만 인정하고, 2건 이상의 중복 다운로드는 차트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K팬덤 사이에서는 아티스트의 포토카드를 모아 앨범으로 꾸미는 '탑꾸' 문화가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K팬덤 사이에서는 아티스트의 포토카드를 모아 앨범으로 꾸미는 '탑꾸' 문화가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음반 발매 당일 ‘오픈런’ 또는 ‘앨범깡’(같은 앨범 여러 장 구매)도 K팬덤의 특징이다. 디지털 플랫폼 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실물 앨범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 음반 시장은 정반대이다. 피지컬(실물) 앨범 속에 든 포토카드, 팬 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해 개인이 수십, 수백장씩 앨범을 사기 때문이다. 포토카드를 모아 사진첩을 꾸미는 ‘탑꾸’ 문화도 있다.

소속감 부여하는 K팝 세계관·용어  

걸그룹 에스파는 아바타 '아이'를 통해 가상 현실을 넘나드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스파는 아바타 '아이'를 통해 가상 현실을 넘나드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해석하는 문화도 K팝의 전유물이다. 마치 마블 유니버스를 즐기듯, 에스파와 엔시티(NCT)의 세계관이 겹치는 지점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공유하며 팬들끼리 끊임없이 소통한다. SM 엔터테인먼트의 ‘광야’가 무엇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재 진행형이다. 같은 앨범도 현실과 가상세계 등 세계관 별로 판매해 팬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K팝 용어를 배우며 소속감을 갖는 것도 일종의 놀이로 꼽힌다. 특히 나이와 데뷔 연도를 따지는 것을 해외 팬들은 흥미로운 소재로 여긴다. 예컨대, BTS의 정국과 갓세븐의 유겸을 ‘97라인’(97 liners)라고 소개하거나, 팀 중 막내를 ‘Maknae’, 먼저 데뷔한 타 그룹을 ‘선배님’의 두문자어 ‘SBN’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해외에서는 나이에 따른 서열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영단어가 없어 한국어 그대로 쓰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문화 수출이 갖는 파생적 효과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한국 부모 세대가 팝송과 외국 영화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영어와 서구권 문화를 배웠듯, K팝에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고, 유학까지 온 외국인이 많다”며 “문화 수출은 아티스트뿐 아니라 이를 확장시키는 팬덤 간의 상호작용이 한국의 다양한 산업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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