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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의 두 얼굴...백기 든 셀트리온, 백신 내는 SK바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의 풍토병화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잇따라 백신·치료제 개발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백신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는 양면성이 있다며 ‘묻지마 투자’와 ‘주가 띄우기’에 따른 시장 교란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셀트리온은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흡입형 칵테일 항체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흡입형 칵테일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흡입형 렉키로나(CT-P66)에 일부 국가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를 보인 치료제 후보물질 CT-P63을 추가한 제품이다. 셀트리온은 일부 국가에서 이 제품의 글로벌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지만 이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 세계 확산과 백신 처방 확대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풍토병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글로벌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임상 3상 환자 규모도 예상보다 커져 사업 타당성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규제기관들이 긴급승인 같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지양하면서 임상 환경이 까다로워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엔데믹 전환으로 임상 환경 까다로워져”

인천시에 있는 셀트리온 사옥. [사진 셀트리온]

인천시에 있는 셀트리온 사옥. [사진 셀트리온]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백신·치료제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시장성 저하, 임상 대상 모집의 어려움, 임상 환경 변화 등이 꼽힌다.

제넥신과 HK이노엔은 각각 올 3월, 5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제넥신은 백신 후보물질 GX-19N의 인도네시아 임상 2·3상 계획과 아르헨티나 부스터샷(추가접종) 개발용 임상 신청을 철회하며 “세계가 ‘위드 코로나’ 체제로 돌입하면서 백신의 긴급사용승인 필요성이 낮아진 데다 3차 접종이 시행되면서 부스터샷 백신 수요가 줄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SK바사, 백신 출시 초읽기 들어가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HK이노엔 역시 “국내 성인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완료해 면역력을 확보한 데다 엔데믹 전환 등 외부 환경이 크게 변해 개발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치료제 부문에서도 일양약품·GC녹십자·부광약품 등이 개발을 멈췄으며, 큐리언트는 중증환자가 줄면서 임상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임상 2상을 자진 중단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반면,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현재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백신과 치료제를 임상 시험 중인 기업은 각각 7곳, 19곳이다. 이 중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27일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스카이코비원의 안전성과 효과성 등을 논의한 결과 품목허가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지막 단계인 식약처 최종점검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면 하반기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체력 쌓은 것” vs “시장 교란 우려”

안재용 SK바사 대표는 지난 3월 기업공개(IPO)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아직 전 세계 인구의 36% 정도는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도 하지 못했다”며 엔데믹 상황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바이오 기업 임원 역시 “시장 분위기가 수그러들어 고민이지만 엔데믹으로 전환을 위해서는 국산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개발 완주 의지를 밝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팬데믹 초기 백신 플랫폼이나 기본 기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도전과 경험을 통해 정부와 민간이 해야 할 일을 인지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튼튼한 체력을 쌓은 것”이라면서도 “묻지마 투자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업들도 주가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도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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