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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집회에 수업방해, 638만원 달라" 연세대생 소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세대 재학생이 캠퍼스 내 집회를 연 대학 내 청소 노동자 관계자에 대해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형사고소에 이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연세대 재학생이 캠퍼스 내 집회를 연 대학 내 청소 노동자 관계자에 대해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형사고소에 이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대학 내 노동자의 집회를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 재학생이 캠퍼스 내 청소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등이 연 집회에 대해 수업 방해를 이유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연세대 재학생 이모(23)씨 등 3명은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 김현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장과 박승길 부분회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씨 등은 소장에 “강의실까지 시위 소리가 들려 수업이 방해받고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총 638만6000여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원고는 연세대 등록금을 수업 일수로 나눠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피해 일수와 여기에 정신적 피해보상 100만원을 더해 청구금액을 산출했다. 이들은 소음 시위가 지난 4월 6일부터 5월 20일까지 이어졌고, 이 기간에 받은 피해일수를 소장에 적었다. 이씨는 총 11일간 48만 6337만원의 학습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원고인 휴학생 A씨와 재학생 B씨는 “시위가 발생하는 동안 연세대 학생회관을 출입하지 못했고, 소음 피해로 32일간 학생회관에서 공부하지 못했다”며 “학습권 침해에 대한 배상액은 141만 4800원”이라고 했다.

앞서 이씨는 같은 이유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와 함께 해당 집회가 미신고 집회라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고소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고소인인 이씨를 조사했다.

재학생과 학내 노동자들의 송사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엇갈리고 있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너무 시끄러웠다. 응원한다. 적절한 대응”이라는 취지의 글과 함께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 정도는 감내할 학생도 있다”는 글 등이 올라왔다.

이씨는 학생들의 비판에 대해 “피고의 쟁의권도 중요하지만, 학습권도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라며 “사회적 약자를 주장하는 그들의 시위 과정에서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학생들이 큰 피해를 받았다. 시위 과정에서 소음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형사 고소나 민소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4월 6일부터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등의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돼 있다. 이들은 재학생의 고소 사실이 알려진 지난 5월 중순 이후에는 확성기 사용 등은 자제하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민사소송과 관련한 소장이 아직 전달되지 않아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장은 지난달 20일 한 라디오에 나와 “노동조합이 생긴 지 15년 만에 처음 발생한 사건”이라며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학생이 고소했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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