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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방화처럼 불지르겠다” 변호사 절반이 신변 위협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김민주 대한변협 공보이사가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사건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변호사 신변위협 사례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민주 대한변협 공보이사가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사건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변호사 신변위협 사례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변호사 절반가량이 사건 관계자 등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15일부터 13일간 전국 회원 120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대한변협(협회장 이종엽)과 대구지방변호사회(회장 이석화)는 28일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사건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변협 설문 조사 결과, 응답한 변호사 중 48%가 신변의 위협을 받아본 적 있다고 밝혔다. 의뢰인과 지인에게 신변 위협을 받은 경우는 44%를 차지했고, 소송 상대방과 그 가족·친지 등 지인에게 신변 위협을 받은 경우도 49%에 달했다.

신변 위협의 유형으로는 폭언과 욕설 등 언어폭력을 당한 경우가 45%로 가장 많았고, 살인을 고지하는 등의 협박을 당한 경우도 14%로 조사됐다. "돈을 주면 뭐든 변호하느냐",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겠다"고 폭언을 한 사례, "재판에 가서 염산을 뿌리겠다"고 협박한 사례 등도 있었다. 지난 9일 대구에서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이 발생한 것을 언급하며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협박한 경우도 조사됐다.

변호사들은 이들이 SNS로 신상을 조사해 가족과 친구에게 해를 입히겠다고 협박한 사례도 있다며 호소했다. "소송 상대방이 법정부터 주차장까지 따라 나와 변호사가 탄 차 뒷좌석에 침입해 고성을 질렀다"는 응답도 있었다. 변호사 72%는 신변 위협 행위가 심각한 정도라고 답했고, 90%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대한변협이 마련한 온라인 분향소. [사진 대한변협 홈페이지 캡처]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대한변협이 마련한 온라인 분향소. [사진 대한변협 홈페이지 캡처]

변협은 변호사에 대한 신변 위협이 급증한 건 법원과 검찰 등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법원과 검찰 판단에 납득이 가지 않을 경우, 가까이 대면하는 변호사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수임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의뢰인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신변 위협을 당한 변호사 86%는 "수사기관 신고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변협은 사법 불신을 중장기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를 해결책으로 꼽았다. 디스커버리는 본격적인 소송 전에 양쪽 당사자가 서로 가진 증거를 공개하는 제도다. 변협은 증거가 편재돼 있을 경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고, 당사자의 불만도 심화해 사법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변협은 방범 업체와 제휴를 하는 방안, 변호사나 사무직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변호사법을 개정하는 방안 등도 논의하고 있다. 변호사의 경우 사업주로 산재처리가 되지 않아 피해 보상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변호사 공제재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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