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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 자랑한 그 반도체 곧 양산…"TSMC 잡을 삼성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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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사인한 모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사인한 모습.[뉴시스]

삼성전자의 '3나노미터(㎚ㆍ1나노=10억 분의 1m) 반도체' 양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3나노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만들어 제품으로 공급하는 건 삼성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30일께 이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공들인 3㎚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에 사용되는 단위다. 웨이퍼(얇고 둥근 실리콘 판) 한장에 누가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지가 반도체 가격과 성능에 큰 영향을 준다. 더 작게, 한정된 공간에 얼마나 많은 소자를 만들 수 있느냐의 싸움인 초미세 공정이 중요해진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에 기반을 둔 3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하고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제품을, 2025년에는 2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상반기 양산을 약속한 3나노 제품은 앞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을 때 삼성이 내놓은 것이 바로 3나노 반도체 웨이퍼다. 양국 정상은 3나노 공정 웨이퍼 시제품에 서명했다.

유럽 출장길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유럽 출장길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최고경영진을 만난 것도 삼성이 초미세 공정 시장 선점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ASML은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필요한 핵심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김우진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통신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ASML EUV 장비의 70% 이상을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2·3나노 공정과 GAA 구조 등 첨단 공정을 준비하는 두 회사에는 생산 장비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SML 등을 둘러본 이 부회장은 출장 귀국길에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TSMC에 앞서 'GAA+3나노' 양산 

GAA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4면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자료 삼성전자]

GAA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4면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자료 삼성전자]

삼성이 이번 3나노 제품을 20년 이상 투자·개발해온 GAA 기반으로 만든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는 입체(3D) 구조 공정인 ‘핀펫(FinFET)’기술이 쓰인다. 이 기술은 평판 트랜지스터보다 효율이 높지만 4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GAA 기술은 전류가 흐르는 채널 4면을 둘러싸는 방식으로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하고 높은 전력 효율을 얻을 수 있다. GAA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고성능·저전력을 요구하는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이유다.

파운드리 시장 선두주자인 대만 TSMC는 올해 말 양산 예정인 3나노 제품까지는 기존 기술인 핀펫 기술을 적용하고, 2025년 상반기로 예상하는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1·2위가 3나노 공정에 도입한 기술이 GAA와 핀펫으로 나뉜 것이다.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뛰어든 미국의 인텔 역시 3나노 공정은 핀펫,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핀펫으로도 3나노 공정을 제작할 수 있는데도 GAA를 도입한 것은 업계 선두인 TSMC를 따라잡겠다는 삼성의 도전적인 승부수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교수는 수율(정상품의 비율)을 삼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았다. 그는 “수율이 60~70%만 돼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양산을 하며 분석을 통해 수율 향상을 동시에 하는 게 관건이고, 실제 이익이 남는 80~90% 수율까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3나노 공정 반도체를 공급할 고객사 확보도 당면 과제다.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3나노 공정 생산량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대형 고객사들이 움직일 여지가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나노 고객 확보 경쟁에서 기존 구도대로 TSMC가 퀄컴이나 AMD, 엔비디아에 충분한 생산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 이들이 삼성전자에 주문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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