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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박뒤 월북" 간부 2명 징계 뭉갠 해경, 1년만에 재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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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하태경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하태경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해양경찰청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사망 경위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해경 간부 2명에 대한 징계를 재검토한다.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했을 때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수용하지 않았던 해경이 1년여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28일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은 지난 22일 TF 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해경 방문 당시 인권위 권고 미이행의 문제를 지적했고 이에 대해 종합적으로 재검토 하겠다는 정 청장의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2020년 10월 22일 해경은 이씨 사망 경위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겸한 기자 간담회에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즉각 “해경으로부터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한 결정문을 지난해 7월7일 발표하며 “사고 당시 수사 책임자인 해경 수사정보국장과 형사과장 등 2명을 징계(경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고인의 도박 빚이 부풀려졌고 정신 감정의 근거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권고 이유를 밝혔다.

인권위의 조치에도 해경은 두 사람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뤘다. 하 의원이 제출받은 해경·인권위 공문 목록에 따르면 인권위는 결정문 발표 이후 해경에 권고 이행 계획을 제출하라며 총 두 차례 공문을 보냈다. 첫 공문은 권고 결정 이후 석 달이 지난 2021년 10월 28일 발송됐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 권고를 받은 기관은 통지 후 90일 이내에 관련 이행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데, 해경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경은 다음날인 10월 29일 인권위에 권고 조치를 사실상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해경은 “(2020년 10월22일의 수사 발표는) 그간에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확인된 사실을 발표한 것으로 고인의 명예를 실추할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인권위 결정문과 다른 사실관계가 있는 등 현재 진행 중인 수사의 전체적 맥락에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불수용 이유를 밝혔다. 직원 직무 교육 권고에 대해서는 “매월 경찰 활동과 관련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교육을 강화하겠다”고만 답했다. 권고를 지키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국민의힘 안병길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국민의힘 안병길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권위는 해경의 답변이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1일 한 번 더 해경에 공문을 보내 권고 이행 계획을 제출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특히 인권위 권고 이후 해경이 실시한 직무교육의 교육일자, 강사, 교육대상, 자체 지시 공문, 교육자료까지 모두 제출하라고 했다. 해경은 1주일이 지난 11월 8일에야 소속기관 77곳의 교육 현황을 제출했다.

하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 보호는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해경이 인귄위의 지적을 무시했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제라도 징계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힘 TF는 28일 통일부를 방문해 이씨의 피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이어간다. 인권위, 해경, 국방부에 이은 네 번째 유관 기관 방문이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씨의 피살 전인 2020년 9월22일)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올라간 최초 보고가 ‘(월북이 아닌) 추락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있었고 북측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며 “청와대 회의를 거치면서 24일 (이씨의 표류에 대한) 정부 입장이 월북으로 돌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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