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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男 방화로 숨진 60대 동거녀…法 "의심 들지만 무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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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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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상태로 집안에 불을 질러 동거하던 연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조정환)는 28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3일 오후 8시쯤 자신이 거주하는 구미시의 한 빌라 2층에 불을 질러 동거하던 여성 B씨(60)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한 A씨와 B씨는 2020년 3월부터 동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일 오후 5시쯤 B씨와 술을 마시던 A씨는 건물주의 아내로부터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말을 들은 뒤 건물주를 찾아갔다가 건물주를 만나지 못하자 “건물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2리터를 구매한 뒤 건물주 집에 다시 찾아갔다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전 A씨는 B씨에게 “자존심 다 상했다. 살고 싶으면 집에서 나가라. 불을 지를 것이니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불이 나자 A씨는 혼자 집 밖으로 뛰쳐나왔고, B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숨졌다.

이번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국민배심원단 9명은 무죄 5명, 유죄 4명으로 팽팽히 나뉘었다.

재판에서 A씨 측은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 또한 의식이 돌아왔을 당시 “부탄가스로 삼겹살을 구워 먹다 불이 났다”며 자신이 불을 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을 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피고인과 피해자(B씨) 사이에 다툼이 있기는 했지만 다툼의 내용이나 정도에 비춰봤을 때 불을 내서 피해자를 살해하려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인지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사망하기 전에 의식이 잠시 돌아왔는데 불을 지른 사람은 피해자 본인이라고 진술했다”며 “부탄가스를 이용해 고기를 구워 먹으려다가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이 다소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긴 하나 화재 직후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은 피해자가 불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방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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