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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둥팡 신드롬 핵심은 '이것', 세대교체 중인 中 지식 콘텐츠 시장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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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 라이브 방송으로 재기에 성공한 사교육 재벌 신둥팡(新東方)에 관한 얘기로 중국이 떠들썩하다.

신둥팡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쌍감정책(雙減, 사교육 금지 및 숙제 경감)으로 큰 타격을 입고 폐업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당시 신둥팡 창립자 위민훙(俞敏洪)은 교육 사업 대부분을 정리하고 농산물 라이브 상거래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포했다. 그는 6만여 명의 학원 직원들을 내보내고 일부만 남겨 라이브 상거래 진행자 일을 맡겼다.

그렇게 시작된 신둥팡의 농산물 라이브 상거래는 초기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물건을 판매하면서 영어를 함께 가르치는, 이른바 이중언어 라이브방송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신둥팡은 일주일 만에 600억 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한 달 사이 주가가 500% 넘게 폭등했다.

“내가 신둥방에서 산 것은 물건이 아니고 지식이다”
“영어 공부와 쇼핑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다”

농산물 판매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인 둥위후이(董宇輝) [사진 36kr]

농산물 판매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인 둥위후이(董宇輝) [사진 36kr]

신둥팡 신드롬의 핵심은 ‘지식’이다. 많은 중국 소비자들은 라이브 상거래 방송을 보면서 상품과 관련된 역사, 지리, 인문학적 지식은 물론이고 외국어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이처럼 중국에선 지식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쓰는 ‘지식 지불(知識付費·Knowledge Payment)’이 강력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유료 지식 콘텐트 시장 규모는 675억 위안(약 13조 889억 원)으로, 2015년보다 무려 42배나 성장했다. 같은 해 유료 지식 콘텐트 의 구매자 수는 4억 7700만 명을 기록했다.

중국의 유료 지식 콘텐트 시장은 2016년부터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대되고, 자기계발 등으로 고품질 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료 지식 콘텐트 에 대한 중국인의 수용도와 인지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아이미디어리서치는 올해 중국 내 유료 지식 콘텐트 구매자 수가 5억 명을 돌파하고, 내년 중국의 유료 지식 콘텐트 시장 규모가 1800억 위안(약 34조 903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현재 중국의 유료 지식 콘텐트 소비 플랫폼이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은 중국에서 ‘유료 지식 콘텐트의 원년’이라고 불린다. 한 해 동안 더다오(得到), 즈후라이브(知乎live), 펀다(分答)와 같은 유료 지식 콘텐트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좌) 더다오 창립자 뤄전위(羅振宇) / (우) 즈후 창립자 저우위안(周源) [사진 소후]

(좌) 더다오 창립자 뤄전위(羅振宇) / (우) 즈후 창립자 저우위안(周源) [사진 소후]

더다오(得到)는 중국 유명 방송 MC인 뤄전위(羅振宇)가 이끄는 뤄지쓰웨이(邏輯思維)팀이 출시한 유료 지식 구독형 플랫폼이다. 정치, 사회, 역사 등 각계 전문가가 진행하는 유료 강좌와 오디오 북 서비스를 제공한다. 즈후라이브(知乎live)는 중국판 ‘네이버 지식인’으로 통하는 즈후(知乎)가 출시한 실시간 음성 질의응답 플랫폼이다. 즈후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가 라이브 방을 만들면, 관심 있는 네티즌들이 들어가 음성으로 질문하고 실시간으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1세대 유료 지식 플랫폼은 콘텐트 생산자가 주로 학계와 업계 전문가이며, 텍스트와 음성, 전통적인 영상 강의 형태로 발전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콘텐트 창작과 유통 비용이 감소하면서, 업계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지식 콘텐트 생산자의 범위가 점차 일반인까지 확대되고 있다. 어떤 분야든 정통하기만 한다면 일반인도 충분히 지식 콘텐트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에 플랫폼 내 과도한 광고와 일부 전문성과 실용성이 떨어지는 유료 지식 콘텐트를 비판하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다. 양질의 무료 지식 콘텐트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는 점점 더 이성적이고 까다롭게 상품을 구매하는데, 대부분의 유료 지식 플랫폼들은 경쟁력 있고 대체 불가능한 콘텐트 제작에 힘쓰기보다 그나마 유명한 전문가 몇 명과 대표 강좌 몇 개를 앞세워 명맥을 이어가기에 급급했다.

1세대 유료 지식 플랫폼은 텍스트와 음성, 전통적인 영상 강의 형태로 발전했다. [사진 바이두]

1세대 유료 지식 플랫폼은 텍스트와 음성, 전통적인 영상 강의 형태로 발전했다. [사진 바이두]

1세대 대표 유료 지식플랫폼인 더다오(得到)는 최근 강좌의 질이 떨어지고 광고성 색채가 짙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다오의 창업자이자 강연자로 활동 중인 뤄전위는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이제는 ‘가치관을 전달하려는 연설가보다는 제품을 소개하려는 사업가에 가깝다’라며 혹평을 받고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더다오의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50만 명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2년 만인 2019년, 더다오의 MAU는 150만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신규 가입자 수 역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더다오 앱의 신규 가입자 수는 각각 681만 명, 397만 명, 456만 명, 172만 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료 구독 서비스 가입자 수 역시 각각 164만 명, 91만 명, 82만 명, 33만 명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더다오를 출시한 뤄지쓰웨이의 매출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뤄지쓰웨이의 매출은 각각 7억 3800만 위안(약 1432억 1600만 원), 6억 2800만 위안(약 1218억 6900만 원), 6억 7500만 위안(약 1309억 9000만 원)을 기록했다.

1세대 유료 지식 플랫폼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숏폼 영상과 라이브 방송 플랫폼들이 지식 콘텐트 시장의 열기를 이어갈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지식(知識)’ 앞에 넓다는 뜻의 ‘범(泛)’을 추가해 콘텐트 로 다룰 수 있는 지식의 범위를 확장했다. 즉,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이 아니어도 개개인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사소한 팁들도 유용한 지식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2021년 중국 범지식(泛知識) 지불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범지식 유료 콘텐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40% 이상 성장한 675억 위안(약 13조 990억)에 달했다. 범지식 콘텐트 이용자는 2020년 기준 4억 3000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숏폼 동영상’을 통해 범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세대 지식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비리비리와 틱톡 [사진 즈후]

2세대 지식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비리비리와 틱톡 [사진 즈후]

2020년, 중국 대표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 Bilibili)는 '지식존(知識區)'을 만들었다. 이는 기존의 '과학기술존(科技區)'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인문 자연 재경 직업 기능 등 다양한 분야의 범지식 콘텐트를 다룬다. 2021년에만 이미 1억 8300만 명의 이용자가 비리비리 ‘지식존’에서 학습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질세라 숏폼 강좌 틱톡 역시 2021년에 새롭게 '학습 채널(學習頻道)’을 개설했다. 이로써 같은 해 틱톡의 범지식 콘텐트 재생량은 전년 동기 대비 74%나 증가했다. 현재 틱톡에 올라온 전체 콘텐트 조회 수 중 20%는 범지식 콘텐트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 콘텐트에 대한 중국인의 갈망이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숏폼과 라이브 방송 플랫폼이 유료 지식 콘텐트 세대교체를 완전히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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