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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소비, 언제까지 갈까? '재고자산'으로 따져본 의류주 성적표[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6.28 09:18

요즘 모임 많으시죠?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미뤘던 결혼식부터 고등학교·대학교 친구 모임, 사내 회식. 주말엔 또 골프에 등산 모임들도 코로나 확산 전으로 돌아간 분위기입니다. 오늘은 뭐 입지? 평소 옷에는 관심 없던 저도 요샌 하도 모임이 많아 남성복 코너도 기웃. 리오프닝 대표 수혜주 의류회사 종목을 살펴보겠습니다. 앤짱이 hap****@kakao.com께서 앤츠랩 게시판에 의뢰한 숙제입니다.

오늘 모임에선 뭐 입지?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의류 소비, 언제까지 이어질까? 셔터스톡

오늘 모임에선 뭐 입지?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의류 소비, 언제까지 이어질까? 셔터스톡

쉽게 예상한 대로 의류회사 실적은 올해 들어 크게 증가했습니다. 물가는 올라서 실질 임금은 줄 수 있다지만, 시중 일자리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아 구매력에 타격 받을 정도는 아니잖아요. 돈 벌면 뭐하겠어요? 잦아진 외부 활동에 외출복으로 수요가 집중하는 모습은 쉽게 관찰할 수 있죠. 코로나 때 멋 한번 부리지 못한 한을 '보복소비'로 풀기에도 의류는 제격.

국내는 물론 해외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도 의류 소비는 이미 작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죠. 미국의 의류 소매판매액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18% 늘었습니다. 이럴 때 의류 회사들은 재고 확충(re-stocking)에 나섭니다. 창고에다 앞으로 팔 물건들을 쟁여놓는 거죠.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과 2021년 미국 소매 의류 재고는 코로나 직전 해인 2019년 대비 각각 84%, 91%에 불과했는데, 올해 3월 들어서는 2019년 말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올해 3월 미국의 의류 창고가 코로나19 확산 직전 수준까지 가득 찼다. 셔터스톡

올해 3월 미국의 의류 창고가 코로나19 확산 직전 수준까지 가득 찼다. 셔터스톡

미국이 의류 창고를 채우는 시기는 곧 이곳에 옷을 수출하는 한국 의류 회사엔 주문이 밀려드는 시기. 하지만 주요 의류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도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물가 오른다고 소비 여력을 바짝 조이는 긴축 국면에선 주문이 몰려드는 희소식에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한 탓이죠.

옷 사러 다니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의류 회사는 재고 관리가 아주 중요합니다. 옷이란 상품 자체가 유행을 타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아이스크림이 녹듯 옷의 가치도 떨어지죠. 그래서 백화점 신상품 코너에서 세일 코너로, 그다음엔 아웃렛으로, 나중엔 재고 떨이나 창고 대방출로 팔리는 모습까지 봅니다. '사장님이 미쳤다'는 현수막도 자주 보이고.

의류 상품이 자주 세일을 하는 건, 진부화로 인한 재고자산 손실을 막기 위한 것! 셔터스톡

의류 상품이 자주 세일을 하는 건, 진부화로 인한 재고자산 손실을 막기 위한 것! 셔터스톡

175회 레터에서도 다룬 적 있지만,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 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면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생깁니다. 팔기 위해 창고에 비축하고 있는 재고자산 가치도 상품 가치와 함께 떨어지는 거죠. 마트에서 팔리는 쌀값이 떨어지면, 창고 안에 쟁여 둔 쌀의 가치도 떨어지게 마련.

의류처럼 유행이 지나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진부화'라고 합니다. 재고자산의 겉모습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시장에서의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손상이죠.

의류 회사는 그래서 디자인이 진부해지기 전에 얼른얼른 팔아야죠. 재고자산이 시장에 얼마나 빨리 팔려 나가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회계 지표가 재고자산 회전율입니다. 공식만 알면 재무제표 주석에서 숫자를 찾아 누구나 구해볼 수 있죠. 공식은 매출원가(또는 매출액)÷{(기초 재고자산+기말 재고자산)÷2}로 구할 수 있습니다. 1년에 재고로 있던 물건이 몇 회나  팔려나가는지를 볼 수 있는 겁니다.

재고자산회전율 구하는 공식

재고자산회전율 구하는 공식

재무제표에 나온 숫자를 찾아 엑셀에 넣어 직접 계산해 볼 수 있지만, 친절하게도 상장기업은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에 이미 숫자를 계산해 놨습니다. 재무제표를 보여주는 'III. 재무에 관한 사항'의 맨 아래에 보면 '기타 재무에 관한 사항'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재고자산 현황을 찾으면 됩니다.

사업보고서에서 바로 요기에 재고자산 회전율이 나온다

사업보고서에서 바로 요기에 재고자산 회전율이 나온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그냥 숫자만 보면 피부로 잘 와 닿지 않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1년, 즉 365일을 이 회전율로 나누면 재고자산 회전기간(365/재고자산 회전율)이 나옵니다. 창고에 얼마나 보관돼 있다가 팔려나가는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죠.

그래서 구독자님의 의뢰하신 주요 의류 회사들의 재고자산 회전기간을 그래프로 정리해 봤습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어떤 회사는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들어 재고자산 회전기간이 길어졌다가 차츰 좋아지는 모습도 보이고. 어떤 회사는 올해 1분기에 더 악화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다만 앞으로 시장에 잘 팔릴 의류 상품을 많이 만들면 이 기간도 짧아지는 추세로 전환할 수 있겠죠.

결국 의류 회사들이 묵혀둔 재고를 '창고 대방출'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팔려면, 지금의 일시적인 보복소비가 꾸준한 소비로 이어져야 할 텐데…. 문제는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죠. 가계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지면 아빠 옷부터 안 사게 되죠.

의류 재고가 유행에 민감한 만큼 최근 시장 트렌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트렌드는 '스포츠 의류는 강세, 중저가 캐주얼 의류는 약세'로 정리합니다. 소비자들은 코로나19를 겪고 난 뒤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아졌죠. 개인 체력 관리를 위한 실내 스포츠부터 등산·골프 인구도 늘었습니다. 이런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회사의 주가가 오른다는 얘기.

등산 인구가 많아지면서 등산복 트렌드가 히말라야라도 가야할 것 같은 느낌에서 평상복 느낌으로 바뀐 듯. 셔터스톡

등산 인구가 많아지면서 등산복 트렌드가 히말라야라도 가야할 것 같은 느낌에서 평상복 느낌으로 바뀐 듯. 셔터스톡

의뢰인께서 좀 여러 곳의 종목을 거론해 주셨는데, 증권업계가 가진 시각을 회사마다 정리했습니다.

①영원무역
올해 상반기 미국·유럽 등지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일감을 계속 발주하는 상황. 노스페이스·룰루레몬·엥겔벌트스트라우스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의 주문이 특히 많아. 올해 2분기에도 수주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 정도 늘 전망. 물가·금리·환율 등 거시 경제 불안 탓에 주가가 좀 과하게 내렸다는 분석.

②F&F
1분기 실적은 괜찮았지만, 2분기엔 중국 봉쇄 영향으로 부진할 전망. 4월 말 기준 중국 내 605개 매장 중 110개가 영업 중단. 다만 앞으로 중국 봉쇄 조치만 풀리면 실적이 정상화할 잠재력이 있는 회사.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률 29%에 부채비율 109%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좋아 일시적인 악재도 견딜 체력 있어.

중국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F&F의 패션 브랜드 MLB. F&F

중국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F&F의 패션 브랜드 MLB. F&F

③휠라홀딩스
현재는 저가 상품보단 고가 상품으로 승부하려고 브랜드 전열 재정비 중. 이 때문에 올해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 호조 분위기에도 매출 실적 기대하기 힘들어.

④에스제이그룹
브랜드 중 캉골 호조. 캉골키즈도 올해 고성장 기대. 올해 연간 매출액은 32%, 영업이익은 23% 증가 예상. 올해 하반기에도 팬암·LCDC 등 새 의류 브랜드 론칭으로 성장성 기대.

⑤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제시믹스 브랜드 운영사. 마진율 높은 골프웨어 사업이 3월 '마이컬러아이즈' 브랜드 인수로 가속도. 해외 판매 채널도 확장. 올해 안에 중국 상해 매장 열 계획. 올해 연간 매출액 33%, 영업이익 88% 증가 예상.

결론적으로 영원무역은 6개월 뒤:

실적 좋아지는데 주가 많이 내렸네? 하지만 인플레 주의!

※이 기사는 6월 2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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