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간중앙] 직격 인터뷰 | ‘미스터쓴소리’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일보

입력

“민주당, 창조적 파괴와 쇄신 없이는 2년 뒤 총선에서 ‘폭망’한다” -최은석

내로남불·맹종·오만불손·패거리정치·팬덤 이용하고 편승하는 행태 깨부숴야
“민심 뼈저리게 느끼고 깨우치고 반성하는 당원들 그러모아 당 바꾸고 싶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최근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과 당 쇄신 방안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최근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과 당 쇄신 방안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선 중진으로 대전 유성을이 지역구다. 당 내 문제에 대한 비판을 마다하지 않아 소신파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6월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며 “이대로 가다간 2년 뒤 총선에서도 ‘폭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대표로 나서 당을 재건하고 싶다”며 “민주당을 위한 ‘창조적 파괴’에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이들을 모아 혁명 사령관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이 꺼내 든 레드카드 겸허히 받아들여야”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예견된 결과다. 국민은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함께 더불어민주당도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부동산과 일자리 정책이 실패하면서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 국민은 물론 반대 계층과의 소통에서만큼은 전 정부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저버렸다. 국민이 꺼내 든 레드카드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경기도지사 자리를 지켰다는 이유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당 내 평가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런 말을 한 사람과 그룹을 색출해 징계해야 마땅하다. 졌지만 잘 싸운 게 어디 있나. 졌으면 책임을 져야지. 국민들께서 기가 찰 노릇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특히 광주 표심의 변화가 심상찮다.

“광주의 투표율이 37.7%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역대 이 지역 최저 투표율이기도 하다. 마지못해 투표한 시민이 3분의 1이고 나머지는 아예 외면한 셈이다. 반대표보다도 더한 심판이다. 미워하는 감정보다 무관심이 더 무서운 법이다. 민주당이 뭘 해먹든 말든 관심 없다는 분위기가 민주당의 심장 격인 광주에서 감지됐다는 점에서 참혹한 심정이다.”

민주당이 무리하게 통과시킨 ‘검수완박’ 법안이 독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당 안에서조차 법안에 반대하는 그룹이 엄연히 존재했다. 검찰 측이 들고 일어나는 것도 당연했다. 반대하는 측과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 합의해야 했다. 원내 1당, 170여 석이라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밀어붙이고 독주하는 행태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았다. 저 사람들을 견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지사다.”

민주당이 그토록 서둘렀던 이유가 뭔가?

“박홍근 원내대표가 당 내 일각의 반대에도 본인에게 검수완박을 완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의원 총회에서 검수완박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추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다르다. 의사결정 과정에 분명 결함이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만큼은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어야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던 분이 퇴임을 앞두고 갑자기 노선을 바꾼 점에서 의아할 따름이다.”

윤호중·박지현 두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패배의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박 비대위원장이 전혀 새로운 얘기를 한 게 아니다. ‘팬덤정치와의 결별’, ‘86 용퇴론’ 등은 당 내부에서 그전부터 나온 주문이다. 물론 시기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꼭 그래야 했었냐는 지적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당의 쇄신을 위해 외부에서 모신 인물 아닌가.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당원들이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집단 공격을 하니까 일이 커져버린 것이다. 국민들 보기에는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떤 집단이건 내부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갈등 자체가 문제이기보다는 갈등을 처리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많이 부족했다.”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이재명 의원은 물론 송영길 전 대표도 명분 없는 출마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있다. 당대표로서 대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전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이 뜬금없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민주당은 그에 앞서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공천 배제(컷오프) 입장을 철회하는 무리수도 뒀다. 게다가 대선 후보였던 이 의원은 비겁하게 민주당의 텃밭이자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대선후보씩이나 했으면 체급에 맞게 험지로 꼽히는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하는 게 마땅했다. 국민들 보시기에는 구멍가게도 그렇게 운영하지 않겠다 싶었을 것이다.”

“이재명 의원, 당대표로 부적절… 스캔들부터 해소하라”

이상민 의원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지도부들이 지난해 10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SK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 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상민 의원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지도부들이 지난해 10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SK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 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 의원의 당대표 도전 가능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저는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이미 수차례 밝혔다. 대선 패배의 장본인이자 이번 지방선거 총사령탑으로서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을 해야지 당대표까지 맡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재명 스캔들’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자신과 관련한 의혹부터 해소하는 게 먼저다. 5년 뒤 대권을 노린다면 길게 봐야 한다. 그쪽 사람들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이 의원이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겠지만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일 뿐이다.”

이 의원 입장에서는 2년 뒤 총선의 공천권을 쥐는 자리인 만큼 욕심을 내지 않겠나?

“그게 민심과 당심을 얻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나? 만약 이 의원이 그런 마음으로 당권을 쥐고 자기 사람 위주로 총선에 임한다면 국민이 좋게 평가할까? 더욱 강하게 심판할 것이다. 당이 폭삭 망하는 지름길로 본다.”

민주당 내에 ‘친명’과 ‘반명’ 간 계파 갈등이 심상찮다. 과거 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分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때는 그럴 만한 동력이 존재했고 명분을 앞세워 분당을 주도할 만한 인물도 있었다. 실제로 당이 쪼개질 정도면 에너지가 있어야 되지 않나. 지금의 민주당은 그 정도의 에너지가 있나 싶을 정도다. 분당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 당 내부의 치열함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갈등을 적당히 봉합해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상호 비대위, 창조적 파괴의 초석 놓아야”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을 우상호 의원이 맡았다.

“우 의원은 이른바 ‘586세대’인 데다 대선 직후 ‘졌잘싸’라는 주장을 펼친 장본인이다. 비대위원장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른바 ‘친명’ 또는 ‘친문’이 아닌 다른 그룹에서 무난한 인물을 찾았다는 쪽에 힘을 싣고 싶다. 나름 역량이 있고 인품도 있다.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잘 추스를 것으로 본다.”

비대위 활동 기간이 불과 두 달뿐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당의 혁신을 위한 창조적 파괴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엄청난 저항을 각오하고 책임 있는 부류를 척결하는 대신 새로운 그룹이 탄생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줘야 한다. 결과가 나빴다면 그동안 ‘비주류’로 불리던 이들이 당을 주도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게 생태적 순환 논리다.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언제부턴가 그러한 상식적 논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주류’를 중심으로 한 회전문만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책임이 있으니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당대표가 돼 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망측한 논리가 나오겠는가.”

결국 계파 정치 종식이 시급해 보인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나라도 나서서 당대표를 맡고 싶다. 그런데 세력이 없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당대표 또는 대선후보가 되려면 어느 정도 세력을 갖춰야 한다. 계파 정치를 깨부숴야 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는 점에서 딜레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서 보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세력 없이도 도전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 21대 하반기 국회의장에 출마했던 이유다.”

차기 지도부는 당의 쇄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얘기했듯 당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가 필수적이다. 익숙해져버린 낡은 관행을 과감히 깨부숴야 한다. 민주당의 창조적 파괴 대상은 내로남불·맹종·금기와 성역화·오만불손·패거리정치·팬덤을 이용하고 편승하려는 행태 등이다. 민주당은 이런 것들이 한 몸뚱이가 돼 얽히고설켜 있다. 단단하게 묶여 깨부수기는커녕 떼어내기도 힘든 형국이다. 그러나 이를 부숴야만 더불어민주당이 지속 가능한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당 내 ‘시어머니’ 역할을 계속할 계획인가?

“당연하다. 누군가 쓴소리를 하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은 낙후된 정당 정치 세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당 안에서 조용히 얘기하면 되지 왜 언론에 떠벌려 시끄럽게 하냐고 따지는 분들도 있다. 저는 당 안에서 얘기해봐야 먹히지 않으니까 그런다고 받아친다. 민주당 의원이 보수 언론에 출연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오히려 민낯을 까발릴수록 민주당에는 괴물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좋게 봐주는 분도 있다. 당의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을 이어갈 것이다.”

당의 혁신을 위해 중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창조적 파괴에 뜻을 같이할 만한 이들을 모으고 있다. 부산의 김해영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민심을 뼈저리게 느끼고 깨우치고 반성하는 젊은 당원들을 그러모아 더불어민주당의 혁명 사령관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생각이다.”

- 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