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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면 거친 행동하는 아이, 말로 표현하게 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22.06.28 06:00

업데이트 2022.08.10 08:42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변소라 디자이너 byun.sora@joongang.co.kr

사례 1)  
“힝⋯ 나 이거 못하겠어.”
수학 문제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9살 민준이가 연필을 책상 위에 툭 던졌다.
“왜 연필을 집어던지는 거야? 다른 애들은 다 열심히 하는데, 너는 왜 그래.”
“나 하기 싫어!”
엄마의 말에 마음이 상한 민준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사례 2)  
6살 예진이가 유치원 셔틀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예진이를 반기던 엄마는 투덜거리며 가방을 내팽개치는 아이를 보자 화가 났다.
“왜 만나자마자 엄마한테 짜증을 부려. 네 가방은 네가 주워.”
엄마가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 시늉을 하자 예진이는 울먹이며 가방을 주워 들고 엄마를 따라갔다.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간식을 다 먹은 예진이가 거실에 홀로 앉아 장난감 바구니에 있는 클레이를 만지작 거렸다. 아이를 쌀쌀맞게 대했던 게 신경 쓰였던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예진이에게 함께 클레이를 만들자고 말했다.
함께 놀이를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예진이가 갑자기 클레이를 뭉개며 짜증을 냈다.
“나 이거 잘 못 만들어.”
“잘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왜 그래?”
엄마는 예진이의 행동과 감정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성별도, 나이도 다른 민준이와 예진이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이네요. 두 아이 모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습니다. 연령이 어리고, 감정이 세분화되는 발달 과정에 있는 만 3~5세의 유아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죠. 그래서 아이들은 속상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날 때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곤 해요. 민준이가 연필을 던지고, 예진이가 클레이를 뭉갠 것처럼요.

나와 타인의 감정을 잘 아는 건 사회성 발달의 기본입니다. 자기감정을 정확히 인식하면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럼 자연스레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죠. 특히 언어 발달이 느리거나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이, 남자아이들은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데 더욱 서툰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때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다양한 감정 언어로 표현해주면 아이는 점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감정을 잘 인식하고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과 함께, 3가지 감정표현 놀이를 알려드릴게요.

이렇게 도와주세요

①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감정언어를 사용하세요  
먼저 한 가지 테스트를 해볼게요. 지금 종이를 펼쳐 떠오르는 감정 단어를 적어보신 뒤에 칼럼을 읽어주세요. 혹시 몇 개나 적으셨나요? 아마 생각보다 내가 아는 감정 단어가 적다는 걸 느끼셨을 거예요.

수많은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을 잘 읽어주려고 애쓰지만, 막상 그래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 하곤 합니다. 양육자인 우리가 먼저 다양한 감정 단어를 알아야 해요. 아이가 함께 사용해보면 좋은 감정 단어를 간략히 소개할게요.

*긍정적인 감정  
기쁘다, 즐겁다, 재미있다, 행복하다, 편안하다, 신난다, 훌륭하다, 만족스럽다, 신기하다, 사랑하다, 용감하다, 궁금하다, 흐뭇하다, 뭉클하다, 믿음직하다, 감격스럽다, 통쾌하다, 그립다, 벅차오르다, 존경스럽다, 다정하다, 뿌듯하다, 상쾌하다, 황홀하다, 안심된다, 든든하다, 자랑스럽다, 유쾌하다, 든든하다, 흥분된다, 상큼하다, 정겹다, 보람차다, 설렌다, 자신만만하다, 가뿐하다, 짜릿하다.

*부정적인 감정
화난다, 괴롭다, 미안하다, 부끄럽다, 원망스럽다, 불쌍하다, 안쓰럽다, 얼떨떨하다, 초조하다, 아리송하다, 민망하다, 짜증스럽다, 놀라다, 아프다, 속상하다, 불편하다, 답답하다, 불쾌하다, 지겹다, 외롭다, 안타깝다, 당황스럽다, 긴장하다, 질투를 느낀다, 조심스럽다, 의심스럽다, 겁난다, 억울하다, 슬프다, 혼란스럽다, 이상하다, 불안하다, 창피하다, 쑥스럽다, 한심하다.

② 아이의 감정을 양육자가 먼저 말로 표현해 주세요
앞서 민준이는 수학 문제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연필을 던졌습니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양육자는 아이를 혼내기 마련인데요. 화가 나는 양육자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때 아이를 혼내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양육자가 화를 내면 아이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데도 별 효과가 없고요.

이 상황에서는 양육자가 먼저 아이의 감정에 공감을 해줘야 해요. “수학 문제가 잘 안 풀려서 짜증이 났구나”라고요. 아이는 양육자의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게 됩니다. 나아가 유사한 상황이 생겼을 때, 자기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려고 애쓸 거예요. 물론 단 한 번 만에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죠. 하지만 반복하면 어느 순간 아이가 자기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해질 겁니다.

③ 아이를 이해할 수 없다면, 솔직하게 물어보세요
이번에는 예진이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예진이는 셔틀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닥에 가방을 던지고 투덜댔어요. 엄마를 보자마자 이런 행동을 한 걸 보면, 예진이는 유치원에서 뭔가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엄마는 아이의 행동 이면에 깔린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투덜거리는 예진이를 보며 감정이 상했어요.

집으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진이가 클레이로 만들기를 하다가 갑자기 못하겠다며 작품을 뭉개는 모습을 보이죠. 이쯤 되면 양육자는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곧바로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숨은 감정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해죠. 그러지 않으면 아이는 해결되지 않은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행동으로 표현하거든요.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솔직하게 물어보세요. 이렇게요.

“예진아, 셔틀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방을 바닥에 툭 던졌지?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는데 혹시 유치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이는 “몰라”라고 대답하면서도 양육자의 질문을 한참 생각할 거예요. 그러다가 간식을 먹는 도중이나 잠들기 전과 같은 의외의 순간에 툭 하고 말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유치원에서 만들기를 했는데, 친구들이 단짝친구의 작품만 칭찬했어”라고 말이에요. 이때 양육자는 아이의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고 읽어주면 됩니다. “친구들이 다른 친구 작품만 칭찬해서 속상하고 질투가 났구나”라고요. 이렇게 속상했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주면 부정적으로 남아있던 감정이 풀어질 수 있거든요.

만약 아이가 하원 후 계속 투덜거리는 행동을 하는데, 원인을 찾지 못하겠다면 담당 선생님께 여쭤보는 게 좋아요. 선생님을 통해 양육자는 아이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고, 더욱 적절하게 아이의 감정을 읽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줘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 실천하기란 어려운 일이죠? 그래도 함께 노력해봐요.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는 만큼 아이도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조절할 수 있게 되거든요. 양육자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아이들은 분명 감정을 언어로 잘 표현하는 멋진 아이로 자라날 겁니다.

아이의 감정 표현을 돕는 놀이, 이런 게 있어요

① 감정 표현 젠가

나무블록을 탑처럼 쌓은 뒤, 블록을 하나씩 빼서 다시 맨 위층에 쌓아 올리는 보드게임으로, 탑을 먼저 쓰러뜨리는 사람이 패배합니다. 먼저 젠가의 기존 규칙대로 아이와 신나게 보드게임을 한판 해보세요. 이후 주사위를 추가해 게임을 응용해 봅시다. 먼저 젠가 블록에 빨간색, 파란색 두 종류의 스티커를 여러 개 붙입니다. 주사위의 세 면에는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고요. 그리고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색깔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렇게요.

*주사위에서 빨간색이 나왔을 때: 상대방이 말하는 감정상황을 이야기 합니다.
(아이가 주사위를 던져서 빨간색이 나왔습니다.)
양육자: 행복할 때는 언제지?
아이: 음, 엄마가 안아줄 때!
대답을 했다면 빨간색 스티커가 붙여진 젠가 블록을 빼서 맨 위층에 쌓아 올립니다.

*파란색이 나왔을 때: 상대방이 말하는 감정을 표정으로 지어본 뒤, 파란색 스티커가 붙은 젠가를 빼서 맨 위층에 쌓아 올립니다.

*노란색이 나왔을 때: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상대방을 즐겁게 하는 행동을 한 뒤, 노란색 스티커가 붙은 젠가 블록을 맨 위층에 쌓아 올립니다.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은 면이 나왔을 때: 기존의 젠가 규칙처럼 원하는 블록을 빼서 맨 위층에 쌓아 올립니다.

② 감정 빙고 게임 

빙고판을 그린 뒤, 그 안에 숫자 대신 감정 단어(ex. 슬프다, 기쁘다, 행복하다 등)를 쓰고 빙고를 하는 거예요. 아이가 감정 단어를 쓰기 어려워한다면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을 그림으로 그려서 게임을 해도 좋습니다. 가로, 세로, 사선 등 먼저 3줄을 맞추는 사람이 이깁니다.

③감정 다트 게임

원반 모양 과녁에 다트 핀을 던집니다. 이때 과녁을 맞히지 못한 사람은 감정 단어를 하나 생각해서 몸짓으로 표현해 보세요. 규칙을 이렇게 변경해도 좋습니다. 과녁을 맞히지 못했을 경우, 상대방이 말하는 감정 단어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게임의 난이도는 아이의 연령과 수준에 맞춰 조절해주세요.

아이의 감정 표현, 이렇게 도와주세요
①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감정언어를 사용하세요
② 아이의 감정을 양육자가 먼저 말로 표현해 주세요
③ 아이를 이해할 수 없다면, 솔직하게 물어보세요
④ 젠가, 빙고, 다트 게임에 감정 단어를 입혀 표현 기회를 늘려주세요

정리=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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