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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 막히고 70년대생에 치이고…'원조86'들 엇갈린 선택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8ㆍ28 전당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권 도전 여부를 저울질 해 온 86그룹 맏형격 인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4선ㆍ1957년생)ㆍ우원식(4선ㆍ1957년생)ㆍ이인영(4선ㆍ1964년생) 의원과 86 학생운동권 출신 중 가장 빠른 15대 국회에 입성해 주목받았다가 우여곡절 끝에 21대 총선에서 재기한 김민석(3선ㆍ1964년생) 의원이 그들이다.

1950년대 후반생이자 70년대 후반 학번인 홍영표ㆍ우원식 의원은 사전적인 의미의 86세대는 아니지만, 이들의 학생운동 선배로 노동운동·사회운동 시절부터 86그룹과 나눠온 교감을 바탕으로 정치활동을 함께 해와 ‘범86’으로 묶인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도 출마해 송영길 대표(35.60%)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2위(35.01%)ㆍ3위(29.38%)를 기록했었다.

당내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데다 재선 그룹의 ‘70년대생 기수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이들의 운신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86그룹의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우상호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전제로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도 이들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①깃발 든 김민석=‘원조 86 스타’인 김민석 의원은 지난 26일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저는 오래전부터 당이 어려울 때면 ‘판 메이커’로 통합ㆍ혁신ㆍ미래ㆍ승리의 새 판을 만들곤 했다”며 “당과 국가를 위한 사명감으로 전당대회에서 제 소임의 깃발을 준비하겠다”고 썼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2002년 이미 새천년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지내는 등 오랜 정치 구력으로 86그룹 중에선 인지도가 높은 편인 데다 한때 당내 최대 계파였던 정세균계의 핵심이라는 점이 그가 기댈만한 구석이다. 그러나 “친명(親明) 대 반명(反明) 구도로 짜이는 전당대회에서 반명의 대표주자가 되기엔 기반이 빈약하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평가가 나온다.

②갈등하는 홍영표=지난 22일 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당내에선 “홍 의원도 곧 불출마를 선언할 것”(친문 재선)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홍 의원은 지난 23일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의원과 마주 앉아 “이 의원이 출마하면 나도 출마를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이후에도 이재명 의원 주변의 출마 기류의 변화가 보이지 않자 “홍 의원의 생각이 다시 출마로 바뀐 것 같다”(홍 의원 측근 인사)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친문그룹의 한 축인 전 의원이 세대교체 주장에 “공감한다”며 불출마한 데다 강병원 의원이 ‘70년대생 기수론’을 타고 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홍 의원의 재시동에 탄력이 붙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파색이 엷은 재선 의원은 “친문 내에서도 홍 의원 도전에 회의적 시선이 적잖다”고 말했다.

③이재명과 묶인 우원식=또 다른 당권 재수생인 우원식 의원은 “출마 여부를 상의하고 있다”(지난 14일, 라디오 인터뷰)며 확답을 미룬 채 을지로위원회 아침 특강(22일) 등을 통해 당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주변에선 “우 의원의 출마 여부는 이재명 의원 출마 여부와 연동돼 있다”(친명계 초선)고 보는 이가 많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아침특강 - 다시 일어서는 을지로위원회' 포럼에서 '다시 현장으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아침특강 - 다시 일어서는 을지로위원회' 포럼에서 '다시 현장으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우 의원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상대적으로 이른 시점에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은 범친명계로 분류된다. 우 의원은 지난 7일 이 의원의 보궐선거 당선 직후 대선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의원 10여 명이 모인 환영연에도 참석했었다. 다만 친명계 재선 의원은 “만약 이 의원이 장고 끝에 불출마를 선택하더라도 그 대리인격 당권 주자가 우 의원이 되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④불출마로 기운 이인영=지난달 통일장관을 마치고 당에 복귀한 이인영 의원은 6ㆍ1 지방선거 참패 후 지난 8일부터 페이스북에 ‘연재 정치’를 시도했다. “우리는 다시 서로를 존중하며 동지애를 나누고 집단지성으로 가치의 꽃밭을 만들어야 합니다”(13일) 등의 수사들이 이어졌다. 86그룹의 대표 주자로 문재인 정부 시절 원내대표와 통일부 장관이라는 이력을 추가한 이 의원의 메시지 정치는 잠시 “당권 도전을 위한 몸풀기”(수도권 초선 의원)이라는 주목을 받았지만 이내 “지나친 격문(檄文)이 오히려 독이 됐다”(민주당 관계자)는 평가가 나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연재 정치는 매일 8일간(8~15일) 총 8개의 글로 마무리됐다. 마지막 글에서 그는 “글을 게재하는 내내 어투나 문투가 낡았다는 비판에 접했다”며 “제 생각이 낡은 거겠죠”라고 썼다. 이 의원과 가까운 초선 의원은 “연재를 끝낸 데서 보이듯, 이 의원은 출마의 뜻을 접었다”며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면 적극 돕겠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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