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타 "FXXX" 외친 낙태권 폐지…韓은 3년째 이상한 법 방치 [그법알]

중앙일보

입력 2022.06.28 05:00

업데이트 2022.06.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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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25일 영국 글래스턴베리 음악축제에서 노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팝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25일 영국 글래스턴베리 음악축제에서 노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래미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BTS)의 뷔와 귓속말을 주고받는 상황의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던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19살 팝스타인 그는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낙태권 폐지 때문에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낙태권 폐지에 찬성한 미국 보수 대법관들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면서 “당신들을 증오하고 이 노래를 바친다”며 욕설로 된 제목의 노래  ‘F*** You’를 열창했습니다.

영화〈어벤저스〉의 슈퍼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번스도 트위터를 통해 “당신이 ‘로 대 웨이드(낙태권)’ 판결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 거다. 이래서 투표가 중요하다”고 꼬집었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영화 스틸 컷]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영화 스틸 컷]

[그법알 사건번호 47] “여성의 기본권 무너졌다”…美 스타들, 분노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4일 임신 6개월(24주)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허용한 기존 1973년 ‘로 대(對) 웨이드(Roe v. Wade)’ 대법원 판례를 49년 만에 폐기하기로 결정한 뒤 벌어진 일입니다. 미국은 이로써 더 이상 여성의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는 뜻입니다. 연방대법원은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어서 이제 미국 각 주 정부에서 낙태권 존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른 미국의 팝 디바들도 “미국 여성들에게 정말 어두운 날”(빌리 아일리시),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신체 권리를 박탈했다”(테일러 스위프트), “여성의 권리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를 11살 딸에게 설명해야 한다”(머라이어 캐리)는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기서 질문

지금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불법일까요? 합법일까요?

관련 법률은

흔히 ‘낙태죄’라고 일컬어지는 법은 바로 이 법입니다.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269조 제1항)와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270조 제1항 중 낙태 시술 의사에 관한 부분)

법원 판단은

아직도 네이버 지식IN 최상단에는 “낙태법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22년 기준으로 낙태법은 폐지된 거 맞나요?”라는 질문 글들이 줄줄이 올라와 있습니다.

약 3년 전인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는 헌법정신에 위배된 법률’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회에 개정 시한을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줬기 때문에 2021년부터 낙태죄는 효력을 상실한 겁니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쭉 처벌 대상이었던 여성의 낙태는 67년 만에 범죄의 굴레를 벗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약 5주 된 태아를 낙태 시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에 대해 최종 무죄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헌재가 낙태죄 형벌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이상 헌재 결정 전에 기소된 사건도 무죄가 선고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가 담긴 판단입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여성인권단체 활동가들. 연합뉴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여성인권단체 활동가들. 연합뉴스

헌재의 결정으로 2021년부터는 수술 허용 범위(모자보건법)만 남게 되고, 처벌 규정(형법)은 사라지게 됐습니다.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 수술이 이뤄져도 딱히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임신중지 수술이 허용되는 범위를 ①본인·배우자가 유전학적 장애가 있는 경우 ②본인·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강간 때문에 임신한 경우 ④혈족·인척 간 임신한 경우 ⑤본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죠.

그런데도 왜 사람들이 헷갈리는 걸까요. 당시 헌재가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개선된 법을 만들라고 시한을 못 박았는데도, 지금까지도 법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만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조항은 그대로 남았지만, 처벌 효력이 없는 애매모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명확한 기준을 모르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지난 2020년 대한변협이 펴낸 「인권과 정의」에 실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및 입법개선방향에 대한 고찰’란 글에는 “국회는 그동안 헌법불합치결정에도 불구하고 입법개선을 지연하거나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그런 과오를 반복해서는 아니 된다. (중략) 입법개선의무는 임신한 여성의 전인적(全人的) 결정 및 태아의 생명과 관련된 대단히 엄중한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가장 유효적절한 내용으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입법개선을 이행하여야 할 것”이라고 글을 맺었죠. 3년간 입법 공백 상태에 관해 국회가 귀담아들을 만한 한마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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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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