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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실수에 5억원 날릴 판” 택시 ‘갓등 광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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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5일 택시표시등 자리에 광고 플랫폼을 부착한 한 택시가 서울 시내 도로에 서 있다. 이수민 기자

15일 택시표시등 자리에 광고 플랫폼을 부착한 한 택시가 서울 시내 도로에 서 있다. 이수민 기자

서울시와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조합)이 택시 지붕 표시등(일명 갓등)을 활용한 광고사업을 시범운영 중인 가운데 한 후발업체가 “서울시의 구두의견을 믿었다가 수억 원의 투자금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업체는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서울시의 의견을 믿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는 “당시 안내에 착오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020년 5월 ‘택시표시등 전광류 사용 광고 시범운영사업’을 도입했다. 서울시에 등록된 개인·법인택시의 최대 20%(1만4000대)까지 갓등 자리에 디지털 광고 플랫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당시 디자인 포함해 여러 평가지표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은 A업체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해 6월까지였던 A업체의 시범사업 운영 기간을 오는 2024년 6월까지로 3년 더 연장해줬다. “당시 시범사업 기간을 늘린 것은 국토부 고시에 따른 것이어서 별도의 추가 공모를 따로 진행하지는 않았다”는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후발주자인 B업체는 지난해 6월 서울시에 시범사업에 참여할 의향을 밝히고 협의를 벌였다. B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의 해당 부서 복수의 담당자로부터 ‘열심히 준비해 (서울시에) 심의신청하라’는 구두 의견을 전달받았으며, 이후 5억 원가량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지만 B업체의 광고 플랫폼 출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 5월 서울시 측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B업체 측은 “A업체가 우선 협상 대상자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담당자가 일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안내를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업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서울시는 또 “통상 사업 준비를 한다면 (관련 지자체와) 문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게 일반적인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는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B업체는 “서울시 내 개인택시 조합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많은 택시광고 업체를 시범사업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초 서울시가 택시 기사들의 복지와 처우 개선을 위해 시작한 사업에는 지난 4월 현재 1.7%(1172대)의 개인·법인택시가 참여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A업체와 계약한 택시 기사들은 25㎏ 중량의 광고 플랫폼을 지붕에 달고 한 달 이상 주행하면 10만 원 안팎의 돈을 받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는 “B업체가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시점이 최초 우선사업 대상자 선정 기간 이후였던 데다 시범사업 도중 여러 업체의 통일되지 않은 광고물이 택시 지붕에 달리면 미관상 좋지 않다고 판단해 B업체의 사업 참여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측은 “시범사업에 후발주자의 추가 참여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한 업체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 적이 없다”며 “조합원들에게 더 큰 혜택과 좋은 기술력을 제시하는 업체가 있다면 (시범사업 참여를) 검토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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