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아 맛으로 승부”…수제맥주도 신토불이 바람

중앙일보

입력 2022.06.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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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충북 음성군 생극면의 한 수제맥주 양조장. 원통 모양의 1t급 대형 탱크 10개에서 맥주가 숙성되고 있었다. 싱글몰트 라거(Lager)와 쌀맥주(에일·Ale) 등 4가지 제품이다. 숙성조에서 갓 꺼낸 싱글몰트 라거(알코올 5.5%)는 옅은 갈색을 띠었다. 쌀맥주(알코올 6.5%)는 붉은빛이 났다. 이곳에서는 양조장 옆 9만9000㎡(약 3만평) 크기의 보리밭에서 재배한 맥주보리로 맥주 주원료인 맥아를 만들고, 맥즙과 홉, 효모를 배합해 수제맥주를 만든다. 허성준(36) 생극양조 대표는 “수제맥주 시장이 커졌지만, 업체 대부분이 맥주의 원료인 맥아(싹튼 보리)와 홉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내산 유기농 보리로 만든 수제맥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허성준 생극양조 대표가 지난 22일 충북 음성군 생극면 양조장 앞 보리밭에서 맥주보리를 수확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허성준 생극양조 대표가 지난 22일 충북 음성군 생극면 양조장 앞 보리밭에서 맥주보리를 수확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수제맥주 시장에 국산화 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산 원료로 만든 수제맥주와 차별점을 강조하는 양조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서다. 수제맥주는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드는 맥주를 말한다. 미국의 경우 기존 양산형 맥주인 ‘라이트 라거(알코올 3~4.2%)’에 맞서  1970년대 말 각 지방의 다양성을 중시한 크래프트 맥주 붐이 일면서 생겨났다.

전북 군산에서는 지자체가 주도해 수제맥주 원료를 국산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군산시는 옥구읍, 옥서면, 미성동, 회현면 일대 32㏊ 규모의 맥주보리 전용 재배 단지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27개 농가가 참여한 가운데 맥주보리 150t을 생산했다. 올해는 맥주보리 재배면적을 72㏊로 늘린 후 연간 2000t까지 생산량을 늘려가는 게 목표다.

군산은 과거 전북 김제·고창, 전남 영광·해남, 제주도와 함께 국내 보리 주산지였으나, 2012년 이후 보리 수매중단으로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군산시는 수제맥주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농업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맥주보리 생산 지원에 나섰다. 김관배 성균관대 겸임교수(식품생명공학과)는 “군산맥아는 수입산 맥아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있고, 맥주 맛도 풍부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숙성조에서 나온 수제맥주를 검수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숙성조에서 나온 수제맥주를 검수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농가들이 생산한 맥주보리는 ‘군산맥아’ 제조시설로 옮겨져 맥아로 만들어진다. 군산시는 지난해 수제맥주 공동양조장과 공동판매장이 들어선 군산비어포트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4개 업체가 군산맥아를 활용한 라거·밀맥주·흑맥주·에일·인디아 페일 에일(IPA) 등 16개 제품을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이선우 군산시 먹거리정책과 주무관은 “군산 수제맥주는 대형 맥주회사와 달리 100% 국산 맥아를 쓰기 때문에 거품이 풍부하고,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담백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맥주는 크게 발효 조건에 따라 ‘에일(상면발효)’과 ‘라거(하면발효)’로 분류된다. 여기에 맥아와 홉, 효모 등의 종류에 따라 수백 가지 종류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통상 라거는 저온(7~13도)에서 천천히 발효시켜 황금색을 띠며, 시원한 청량감이 특징이다. 에일은 상온(15~25도)에서 발효시켜 색이 진하거나 탁하고, 홉의 쓴맛을 더 느낄 수 있다.

대형 맥주회사는 장기간 유통 판매와 원가절감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대체로 라이트 라거 생산 비중이 높다. 반면 수제맥주는 향료와 제조과정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어 개성을 강조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북 군산시는 국산 보리로 맥아를 생산한 뒤 공동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든다. [사진 군산시]

전북 군산시는 국산 보리로 맥아를 생산한 뒤 공동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든다. [사진 군산시]

우리나라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대비해 정부가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를 도입하면서 수제맥주 문화가 시작됐다. 당시 ‘하우스 맥주’로 불리며 2~3년 새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 생겨났지만 2013년께 절반으로 줄었다. 1세대 소규모 양조장은 카브루·바이젠하우스·세븐브로이·트레비어 등이 꼽힌다.

이후 수제맥주 시장은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맥주 업체도 외부유통이 가능지면서 도약기를 맞았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수제맥주 제조 면허는 2016년 81개에서 2019년 150개, 2020년 154개, 2021년 163개로 최근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매출액은 2016년 311억 원에서 지난해 1520억 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수제맥주 국내 점유율은 같은 기간 0.69%에서 4.92%로 7배 뛰었다.

우리나라는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 맥주가 건너오면서 맥주 문화가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8월 일본의 대일본맥주 주식회사가 서울 영등포에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세운 게 맥주회사의 출발이다. 그해 12월 일본의 기린맥주 주식회사가 ‘쇼와기린맥주 주식회사’를 설립해 맥주를 제조했다. 쇼와 기린맥주는 1948년 동양맥주로 이름을 바꿨다.

이들 일본 맥주회사는 광복 이후 미군정에 귀속됐다가 1951년 민간에 넘겨졌다. 이후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와 동양맥주(현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주도했으며, 2014년 롯데주류가 맥주시장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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