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몇천원만 더 내면 된다? 문제는 연쇄 인플레 유발

중앙일보

입력 2022.06.28 00:02

업데이트 2022.06.2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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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와 한국전력이 올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4인 가구가 보통 한 달에 평균 307킬로와트시(㎾h)의 전력을 사용한다고 하면 전보다 1535원을 더 내야 하는 정도다. 동시에 정부는 7월부터 도시가스 요금도 가구당 월 2220원(서울시 기준) 정도 올리기로 했다. 이번 인상은 가계의 전기·가스 요금 지출이 단순히 몇천원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안 그래도 치솟는 물가를 공공요금이 더욱 자극해 ‘연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7일 한전은 7~9월분 전기료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지난 21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을 결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의 고물가 상황을 우려한 기재부가 산업부의 인상안을 반대하며 발표를 미뤘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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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번 인상을 앞두고 예정보다 긴 시간을 고심한 이유는 전기료가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5.4% 상승했는데, 특히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9.6% 올랐다. 통계청이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결국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체 물가상승률의 0.32%포인트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주택과 일반 영업장에서 쓰는 민수용 가스요금도 메가줄(MJ)당 1.11원 인상한다. 인상률로 보면 주택용의 경우 전보다 7% 오르는 셈이다. 앞서 지난 4·5월 이미 인상됐던 가스요금은 이번 7월에 이어 오는 10월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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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요금처럼 전기요금도 향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전은 이번에 전기료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33.6원은 올라야 지금까지 오른 연료비를 메울 수 있다고 본다.

전기·가스 요금 등 에너지 분야 공공요금 인상은 각종 상품·서비스 값에 포함되는 재료비가 오르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기나 가스는 모든 곳에 쓰이는 필수재로, 이 가격이 오르면 거의 모든 분야에 연쇄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동한다”며 “이 때문에 정부도 최대한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더라도 공공요금을 최소한으로 올리면서 다른 분야 물가를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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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했던 물가는 2~3분기에 2.5% 상승률을 기록한 뒤 4분기에 3.5%로 올랐다. 전기료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2021년 1월 이후 유일하게 조정단가를 올린 게 지난해 4분기였다. 이후 물가는 끝을 모르고 계속 오르는 중이다.

결국 90년대 말 외환위기와 비슷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6~8월에 6%대의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발 소비자물가 상승을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먼저 공공요금을 올리고, 사후에 취약계층에 바우처를 제공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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