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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헌재에 검수완박법 심판 청구…사실상 마지막 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무부와 검찰이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에 대해 내용과 표결 절차 모두 위헌 요소가 상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오는 9월 10일 검수완박법 시행을 두 달 앞두고 헌재의 판단을 받아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축소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한동훈, 권한쟁의 심판 청구인에 이름 올려

법무부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행위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김선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일선 검사 5명이 청구인에 이름을 올렸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 기관 사이에 권한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청구인 자격이 있는지에 관해 논란이 일었는데, 이 때문에 한 장관까지 청구인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위헌적 절차를 통해 통과된 위헌적 내용의 법률이 국민께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2022년에 대한민국에서 이런 동기로, 이런 절차로 이런 내용의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을 대한민국 법률이, 대한민국의 헌법이 허용하는 것인지를 국민과 함께 헌법 재판 절차에서 진지하게 듣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헌재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검수완박법 시행을 막는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선고할 때까지 피청구인 처분(법 시행)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이 가능하다. 한 장관은 "잘못된 법률이 시행된 다음에 그것을 되돌리는 것보다 그 시행을 가처분을 통해서 미루는 것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내용도, 절차도 위헌”… 민주당 정면 비판

이번 청구는 법무부와 검찰이 꺼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평가된다. 법률안 시행이 확정된 시점에서 헌재의 결정 외엔 기댈 곳이 없어서다. 법무부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권한쟁의 심판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법무부가 밝힌 청구 근거는 ▶국회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위장 탈당' 등 법치주의가 무시됐고 ▶형사사법 체계를 훼손하는 법률 내용상 문제 등이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수완박' 법안을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2.5.3 김성룡 기자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수완박' 법안을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2.5.3 김성룡 기자

법무부는 지난 4월 15일 법률안 발의부터 국회 본회의 처리, 공포에 이르기까지 법 개정 절차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10일로 규정된 입법예고 기간이 3일로 줄었고 ▶공청회나 청문회 절차도 없었으며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상임위 내 유리한 의석수를 노리고 민주당을 탈당했다는 점 등이다. 여기에 찬반 토론 미실시, 본회의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한 회기 쪼개기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법무부는 “절차적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원리를 위반해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밝혔다.

특히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까지 인용했다. 법무부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는 주권자를 위해 헌법상 권능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회 입법 자율권, 헌법과 법률 내에서 행사돼야”

검수완박법의 내용상 문제에 대해 법무부는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검찰 직접수사 범위는 기존 ‘6대 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부패·경제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된다. 이를 두고 법무부는 “검찰 직접 수사가 금지된 부분은 경찰 수사를 무조건 선행해야 하는데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를 바로잡는 데에 한계가 있고 절차 지연으로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된다”고 했다.

또, 제3자인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검찰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수완박법에 따르면, 제3자인 고발인이 고발한 사건은 이의신청권이 없어 경찰의 자체 종결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이 때문에 노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 등을 대리한 고발 사건에서 허점이 생긴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법무부는 “고발인의 이의제기권을 박탈한 것은 명백히 불평등한 상황을 초래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입법 자율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물음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국회 입법 자율권도 헌법과 법률이라는 한계 내에서 행사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는 명백히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넘었다”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필요할 경우 직접 변론에 나서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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