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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월북조작 의혹에 "정권 무능 탄로나자 文 망신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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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권이 ‘서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망신 주기’로 규정하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2020년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유족과 국회에서 만났다. 전날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의원을 팀장으로 하는 서해 공무원 사건 태스크포스(TF) 발족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정면 돌파에 나선 모양새다.

이날 유족 측이 “7월 13일까지 국회에서 사건 관련 대통령 기록물 공개가 의결되지 않으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고발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하자, 민주당은 자료 공개 협조 의사를 밝혔다. 우 위원장은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보에 큰 장애가 되지 않는 이상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서 이런저런 자료가 공개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족 측의 문 전 대통령 고발 방침에 대해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우 위원장은 “시한까지 정해서 올 줄은 몰랐는데 대통령 고발부터 말씀하셔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면담 중엔 유족 측과의 설전도 오갔다. 유족 측 변호사가 당초 비공개로 예정된 면담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우 위원장이 “언론플레이하지 마시라”고 받아친 것이다. 이와 관련 우 위원장은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왜 언론을 부르지 않느냐고 소리 지르길래 ‘왜 소리 지르시느냐. 언론플레이하시려고 하느냐’고 한마디 했다”며 “언론플레이라는 말을 쓴다고 화를 내시길래 묵묵히 들었다. 유족이 원하는 것을 청취하는 게 목적이라 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을 위해 당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뉴스1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을 위해 당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뉴스1

당초 지난 17일 대통령 기록물 공개 요구를 일축했던 우 위원장이 ‘정보 공개’ 방침으로 전환한 건 여권 공세에 정략적 노림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이미 당시 국방위·정보위에서 이견 없이 ‘월북’ 행위로 판단했던 사안을 지금 다시 문제 삼는 건 전 정권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한·미 정보동맹 훼손 위험성이 큰 만큼 SI(특별취급정보) 등 민감 정보 공개는 비상식적이지만, 그 위험부담을 집권여당이 지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의원들도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던 윤건영 의원을 필두로 ‘맞대응’ 전선을 구축했다. 윤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시 상황을 월북 정황으로 판단한 근거가 크게 4가지 있었다”며 당시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었던 점 등 월북 정황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러면서 “판단이 바뀌었으면 바뀐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못 믿겠다’ 또는 ‘카더라’ 식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그동안 당 차원에서 인내했지만, 국민의힘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지나치게 정략적인 거짓·왜곡 선동을 일삼다 보니 당 차원에서 대응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의원도 중앙일보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전 대통령 망신주기식’ 의혹 제기로 자신들의 무능을 돌파해보려고 하는 의도가 뻔하다”고 비판했다.

한병도(오른쪽부터), 정태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 집회 대응과 관련해 항의 방문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한병도(오른쪽부터), 정태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 집회 대응과 관련해 항의 방문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날 미국에 체류 중인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당시 월북 판단과 관련해 사실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라디오에서 “ (서 전 실장이) 최근 미국에 관광비자로 급히 나갔다고 한다”며 ‘도피 출국 의혹’을 제기하자, 서 전 실장은 한 언론을 통해 “당시 원칙에 어긋남 없이 최선을 다해 조치했다. 사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귀국 등) 필요한 협조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019년 귀순 어부들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북측 송환 요청 이전에 먼저 인계 의사를 밝혔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윤건영 의원은 라디오에서 “(해당 선원들은) 선원 16명을 차례대로 죽인 엽기적 살인마”라며 “(북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국민 세금으로 살인마들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국회 공동 진상 규명 특위 구성 요구에는 당장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우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 특위처럼 큰 국가적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특위를 만든 적 있지만, 특정 사건 하나로 특위를 만드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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