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기료 인상, 1535원만 더 내면 된다? 진짜 공포는 '이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와 한국전력이 올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4인 가구가 보통 쓰는 만큼 한 달에 평균 307킬로와트시(㎾h)의 전력을 사용한다고 하면 전보다 1535원을 더 내야 하는 정도다. 동시에 정부는 7월부터 도시가스 요금도 가구당 월 2220원(서울시 기준) 정도 올리기로 했다. 이번 인상은 가계의 전기·가스요금 지출이 단순히 몇천원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안 그래도 치솟는 물가를 공공요금이 더욱 자극해 ‘연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7일 오후 서울의 한 건물 전기계량기 앞을 지나는 시민.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의 한 건물 전기계량기 앞을 지나는 시민. 연합뉴스

27일 한전은 7~9월분 전기료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지난 21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을 결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의 고물가 상황을 우려한 기재부가 산업부의 인상안을 반대하며 발표를 미뤘다.

정부가 이번 인상을 앞두고 예정보다 긴 시간을 고심한 이유는 전기료가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5.4% 상승했는데, 특히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9.6% 올랐다. 통계청이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결국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체 물가상승률의 0.32%포인트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주택과 일반 영업장에서 쓰는 민수용 가스요금도 메가줄(MJ) 당 1.11원 인상한다. 인상률로 보면 주택용의 경우 전보다 7%가 오르는 셈이다. 앞서 지난 4·5월 이미 인상됐던 가스요금은 이번 7월에 이어 오는 10월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가스요금처럼 전기요금도 향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전은 이번에 전기료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33.6원은 올라야 지금까지 오른 연료비를 메울 수 있다고 본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전기료는 계속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분야 공공요금의 인상은 각종 상품·서비스 값에 포함되는 재료비가 오르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기나 가스는 모든 곳에 쓰이는 필수재로, 이 가격이 오르면 거의 모든 분야에 연쇄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동한다”며 “이 때문에 정부도 최대한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더라도 공공요금을 최소한으로 올리면서 다른 분야의 물가를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기별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했던 물가는 2~3분기에 2.5% 상승률을 기록한 뒤 4분기에 3.5%로 올랐다. 전기료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2021년 1월 이후 유일하게 조정단가를 올린 게 지난해 4분기였다. 이후 물가는 끝을 모르고 계속 오르는 중이다.

결국 90년대 말 외환위기와 비슷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6~8월에 6%대의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1998년 11월(6.8%) 이후 처음으로 월 6%대의 상승률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기름값·먹거리 가격 등이 이미 과열된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의 추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발 소비자물가 상승을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먼저 공공요금을 올리고, 사후에 취약계층에 바우처를 제공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한전은 폭염이 예상되는 올여름(7~9월) 한시적으로 복지할인 대상 약 350만 가구에 할인 한도를 40%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