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손 검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부가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의 입장을 확인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어 손 검사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손 검사는 지난 2020년 4월 초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인사를 상대로 한 고발장과 관련 판결문 등 자료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전달해 4·15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손 검사 측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이나 자료를 전달한 사실이 없고, 설령 전달했더라도 법리적으로도 공직선거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의 직무와 고발장 전달 행위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고, 실제 총선 전 고발이 되지도 않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고발장 전달로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공개된 내용이라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손 검사를 기소한 공수처는 포렌식 결과상 정황 증거를 들어 이 주장을 반박했다.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자료를 전송한 것으로 의심받는 시점과 두 사람이 전송 전후로 통화를 나눈 시점,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던 조성은씨에게 전달된 시점이 매우 근접한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또 당시 손 검사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각종 첩보를 보고받았던 만큼, 고발장을 전달하는 행위에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선거에 실제 영향을 끼치는 행위뿐 아니라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사실관계에 대해서부터 엇갈린 주장을 펼치자, 재판부도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과 관련 자료를 전송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정리했다. "사실관계가 공수처 주장과 같다고 하더라도, 법리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등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면서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도 했다.
양측은 공수처가 신청한 증거를 두고도 맞붙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개별 증거가 어떤 공소 사실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구체적이지 않다"며 "법조 생활 중에 이렇게 증거를 신청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이에 공수처는 "향후 상세한 입증계획서를 제출하려고 했다"며 "변호인들도 증거를 어디까지 동의하지 않는 것인지 명확히 특정해달라"고 반박했다.
손 검사 측은 또 공수처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쪽지 내역, 판결문 검색 내역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이어갈 전망이다.
재판부는 오는 8월 29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잡아 심리 계획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김웅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경우, 이 사건과 핵심 증인이 겹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