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행안장관·경찰청장 주말 100분 통화, 그리고 사표 던진 김창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밝혀온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날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을 받아들여 경찰업무 조직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직후다.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 청장 “장관과 통화했는데 의견 수용 안돼”

김 청장은 이날 오전 8시에 열린 경찰청 국·관회의에서 주말 사이 이 장관과 100분 가량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은 1991년 경찰법 제정으로 경찰청이 외청으로 독립한 배경 등을 설명하며 경찰국(가칭) 신설 등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행안부가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결국 김 청장이 사퇴를 결심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한 회의 참석자는 “장관과 통화했는데 (경찰청 의견) 수용이 안된다. 그러니 이제는 사임해야겠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은 임기(7월 23)를 26일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한 항의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게 최선”

김 청장은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날 오후 12시쯤 경찰청 기자실을 방문해 “경찰청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먼저,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 경찰 근간 변화시키는 것”

김 청장은 그러면서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권고안은 이러한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김 청장은 “비록 저는 여기서 경찰청장을 그만두지만,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경찰제도 발전 논의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며 “ 아울러 새로이 구성될 지휘부가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경찰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장도 상당 부분 수긍”vs“폭넓은 의견수렴 필요성 전달”

이상민 장관은 김 청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임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주말 사이 이뤄진 김 청장과의 전화 통화 사실에 대해선 “경찰 제도개선에 대한 우려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오늘 발표한 바와 같은 똑같은 말을 청장에게 드렸고, 청장도 상당 부분 수긍했다”고 전했다. 다만 통화 내용과 관련해 김 청장은 사퇴 입장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경찰청 입장을 말씀드렸고, 또 신중한 검토와 폭넓은 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장관님은 장관님의 의견을 말씀하셨다. 그게 다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 청장은 지난 21일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이 나온 뒤 여러 차례 이상민 장관과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날 경찰 치안감 인사가 번복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질책하면서 경찰 안팎에서 용퇴론이 거세졌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사의 입장을 발표한 뒤 청사를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사의 입장을 발표한 뒤 청사를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차기 경찰청장 검증 착수 

김 청장은 이날 인사과에 사표를 제출하고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이 검찰수사 또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거나 징계 심사위에 계류중인지 여부 등을 조회한 뒤 사표 수리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당분간 윤희근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윤 차장은 이날 오후 경찰청 내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 대응 태스크포스(TF) 관련 간부들과 차담을 갖고 의견을 청취했다.

김 청장의 거취 표명에 앞서 행안부는 지난 24일 임기가 보장된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치안정감 6명에게 인사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검증에 착수한 상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