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진희(25)씨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결혼식을 했다. 신랑은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의 손자인 김지호(27)씨다.
신부 정진희씨는 현재 현대차 해외법인에서 상품 담당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명문 사립대 웰즐리칼리지를 졸업한 후 유럽 컨설팅기업 롤런드 버거에서 근무하다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신랑 김지호씨는 미국 조지타운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교육정책 석사를 수료했다. 두 사람은 미국 유학 중에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의 할아버지인 김덕중 전 장관은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형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뒤 아주대 총장과 교육부 장관 등을 지냈다. 신랑의 부친인 김선욱씨는 MIT 박사 출신으로 에너지·전력 전문 벤처기업 네스캡을 창업했다. 네스캡은 이후 맥스웰에 인수됐고, 지난 2019년엔 테슬라가 맥스웰의 새 주인이 됐다.
김덕중 전 장관 손자와 화촉…美 유학 중 인연
이날 결혼식에는 재계 주요 그룹 총수가 총출동했다. 혼주인 정의선 회장은 오전 11시40분경 대형 세단 제네시스 G90을 타고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이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4대 그룹 총수 중에선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딸 원주(18)씨와 함께 우산을 쓰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 유학 중인 원주씨는 결혼식 참석을 위해 최근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식장 입구에서 만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 인사를 하며 원주씨를 소개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정 회장과 같은 제네시스 G90을 타고 왔다. 이 부회장 부녀는 예식이 끝난 뒤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교회 건물을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예식 시작 전에 입장했다. 재계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모인 것이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결혼식은 30분가량 진행됐다.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 등은 현대차와 사업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이날 두 사람의 결혼식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회장 등 일가친척이 대거 참석했다. 정대선 HN 사장의 부인인 노현정 전 아나운서도 눈에 띄었다.
재계에선 류진 풍산 회장과 윤석민 태영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 고문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경건한 분위기에서 (예식이)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주례를 맡은 천영대 정동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예식장) 가운데 통로로 들어온 것은 약속을 지키겠다는 신랑·신부의 다짐”이라며 “오늘 결혼식 날 비가 와서 불편할 수가 있지만 가뭄이 심한데 다른 사람들에게 단비가 됐다. 이처럼 단비가 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재벌가와 달리 현대가(家)는 연애 결혼하는 집안 문화가 있다. 정의선 회장도 정도원 삼표그룹 장녀인 정지선 씨와 미국 유학 도중 만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정동제일교회는 범현대가가 자주 결혼식장으로 선택한 장소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부에 이어 이번에 진희씨까지 3대(代)가 한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과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 등도 이 교회에서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