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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만드는 이상민 "공룡경찰 우려, 손 놓으면 직무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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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경찰 권한, 엄청나게 강화”

행정안전부가 27일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반영해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가칭 경찰국)을 신설하는 안을 공식화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권한이 커진 경찰조직을 직접 지휘·감독하기 위한 조직이다. 행안부 내 경찰조직 신설은 옛 내무부(행안부 전신) 치안본부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업무조직 추진 배경에 대해 “최근 엄청나게 강화된 경찰의 권한을 보면 국민이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손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건 행안부의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및 향후 추진계획 등을 밝힌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및 향후 추진계획 등을 밝힌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지난 5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등으로 경찰의 권한이 어느 때보다 커진 점을 겨냥한 말이다. 현재 경찰은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 상당부분을 넘겨받은 데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도 폐지된 상태다. 정보 분야는 사실상 경찰이 독점을 하는 구조인 가운데 오는 2024년엔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도 경찰로 이양된다.

"경찰업무조직 법 개정 없이 신설 가능"

경찰업무조직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그간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이 빠져 법 개정 여부가 논란이 됐었는데, 같은 법 34조 5항에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돼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별도의 항을 통해 치안 업무는 장관 대신 경찰청을 통해 관장하도록 하되 대신 장관에겐 경찰청의 업무가 적절히 수행되고 있는지 지휘 감독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의미다.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김 청장은 최근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안 발표에 따른 조직 내부 반발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 등을 수습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공동취재단=뉴스1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김 청장은 최근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안 발표에 따른 조직 내부 반발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 등을 수습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공동취재단=뉴스1

이 장관은 인사제도에 대한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특정(경찰대) 출신의 불합리한 고위직 독점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일반 (순경) 출신의 고위직 승진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경찰의 임무 역량 강화를 위해 제시된 적정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수사심사관 운영 개선 등은 경찰청과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 등과 협의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행안부는 감찰 및 징계 관련 개선안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추가 논의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경찰업무조직 신설안 등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협의, 토론회 등을 거쳐 다음 달 15일까지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찰 "독립성 훼손 우려"…행안부 '정면돌파' 

이를 놓고 경찰 안팎에선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의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직이 신설될 경우 대통령→국무총리→행안부 장관→경찰청장으로의 지휘라인이 이어지게 돼서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행안부가 대통령실의 관여를 위한 통로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과거 대통령실에선 경찰을 직접 상대해서 지휘해왔다. 그것과 헌법과 법률이 명하는 제대로 된 지휘 라인으로 지휘와 견제가 들어가는 게 결코 같을 순 없다”며 “민주주의는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에 어긋나는 사람이 있으면 제재를 가하는 게 민주적인 통제와 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개별적·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에는 외부 간섭이나 영향력이 미칠 수 없다”며 “요즘 같은 세상에선 결코 가능하지도, 엄두를 낼 수도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 경찰조직은 청장 아래 국가수사본부를 두고 있는데, 경찰법상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창룡 경찰청장과 통화…상당부분 수긍” 

이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에 대해선 “법과 절차에 따라서 처리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주말 경찰청장과 (90여분간) 통화했다. 내용은 경찰 제도개선에 대한 우려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서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도 오늘 발표한 바와 같은 똑같은 말을 청장에게 했고, 청장도 상당 부분 수긍했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이날 경찰조직 신설에 따른 내부 반발과 최근 빚어진 경찰 치안감 인사번복 사태 등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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