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374번 피 뽑았다…헌혈하려 담배도 술도 피하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22.06.27 15:22

업데이트 2022.06.27 15:30

“헌혈로 백혈병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해요.”
26년간 374회의 헌혈을 지속해오며 소아암 환자들을 도와온 고양도시관리공사 주임 유영진(45)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헌혈자의 날’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헌혈증 모아 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전부 기증  

유씨는 1996년부터 헌혈을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와 고통 분담을 위해 그동안 모은 헌혈증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전부 기부하고 있다. 2012년 10월 100장, 2015년 5월 110장, 2019년 2월 100장 등 총 310장을 각각 전달했다. 2005년 고양도시관리공사에 입사한 그는 체육시설 대관 업무를 담당하면서 방문자들에게 자신의 헌혈 활동을 소개하며 헌혈 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유영진(왼쪽)씨가 ‘헌혈자의 날’ 인 지난 14일 김동석(오른쪽) 서울중앙혈액원장으로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전달받았다. 보건복지부

유영진(왼쪽)씨가 ‘헌혈자의 날’ 인 지난 14일 김동석(오른쪽) 서울중앙혈액원장으로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전달받았다. 보건복지부

유씨는 헌혈 후 받은 기념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하고 있다. 기념품과 함께 현재까지 받은 기부권 총 83만 1500원어치 전액도 도움이 필요한 사회 곳곳에 기부했다. 유씨의 둘째 형(유영희 씨)도 동생 유씨와 마찬가지로 241회 헌혈에 참여 중이다. 유씨 형제의 헌혈을 합하면 총 600회가 넘는다.

대학 1학년 때 우연히 ‘헌혈 버스’ 마주한 게 계기  

유씨가 헌혈을 시작한 것은 대학 1학년 때인 1996년 12월. 서울 영등포역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헌혈 버스’를 마주한 게 계기였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젊고 건강하니, 혈액이 필요한 환자에게 작은 도움이나 되어보자는 생각에서 했던 것입니다.”

헌혈 중인 유영진씨. 고양도시관리공사

헌혈 중인 유영진씨. 고양도시관리공사

이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인 1999년부터 23년째 본격적으로 헌혈하고 있다. 당시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앓던 어머니가 혹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병원비 절약과 수술 시 혈액 확보에 도움이 될까 싶어 정기적인 헌혈에 나섰다.

소아암 환자 도우려 매월 2회 정기 헌혈  

그는 이후 헌혈을 통해 소아암 환자들을 돕겠다고 마음먹고는 지난 2012년부터 한 달에 2회씩 헌혈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혈액의 모든 성분을 헌혈하는 ‘전혈 헌혈’ 방식의 헌혈을 했다. 이후 장기적이고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혈장 등 일부 성분만 채혈하는 ‘혈장 성분 헌혈’ 방식으로 바꿔 헌혈을 지속 중이다.

전혈 헌혈은 1년에 6회, 일부 성분만 채혈하고 나머지 성분을 헌혈자에게 돌려주는 혈장 성분 헌혈은 1년에 최대 24회 가능하다. 그가 한 헌혈은 전혈 19회, 혈장 헌혈 340회, 혈소판 헌혈 15회 등이다. 이 같은 공로로 2013년 혈액관리본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랐고, 2015년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6년간 헌혈 봉사를 하고 있는 유영진씨. 전익진 기자

26년간 헌혈 봉사를 하고 있는 유영진씨. 전익진 기자

“헌혈하려 담배 안 피우고, 술도 거의 안 마셔”  

유씨는 “지속해서 헌혈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 좋은 건강습관을 갖게 된 점은 저 자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백혈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70세까지 총 900회 헌혈을 목표로 삼아 도움이 필요한 단체를 찾아 헌혈증을 기부하며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나눔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미약하나마 저의 건강을 통해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아내도 처음에는 건강을 염려한 나머지 장기적인 헌혈 봉사에 반대했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식사 관리를 꼼꼼히 챙겨주는 등의 방법으로 응원해 주고 있다”며 “아들에게도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점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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