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낙태권 폐지' 후폭풍…"임신중절 알약도 금지" 새 뇌관

중앙일보

입력 2022.06.27 15:20

업데이트 2022.06.27 15:26

‘낙태권 보장 판례’를 뒤집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미국 전역에 후폭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임신 중절이 가능한 약에 대한 임산부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외신은 “낙태약이 낙태권을 둘러싼 새로운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FDA가 승인한 낙태악 미페프리스톤. 연합뉴스

미국 FDA가 승인한 낙태악 미페프리스톤. 연합뉴스

낙태약 문의, 평소 4배 폭증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의 판결 직후 몇 시간 만에, 원격 진료 상담을 거쳐 낙태약 처방을 알선해주는 비영리단체 ‘저스트더필’에 예약 문의가 100건 가까이 접수됐다. 이는 평상시 하루 문의량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판결과 동시에 병원 시술을 통한 ‘외과적 낙태’가 불법이 되면서 낙태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저스트더필은 2020년 10월부터 콜로라도·미네소타·몬태나·와이오밍 등 낙태가 금지된 주에 거주하는 여성들에게 우편으로 낙태약을 배송해왔다. 줄리 아마온 저스트더필 의약국장은 “콜로라도주 경계 지역에 ‘이동 진료단’ 1호점을 개설하고, 임신 중절을 원하는 여성들의 상담과 약 처방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낙태약 처방·배송 서비스업체 ‘헤이제인’은 “(낙태약에 대한)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별도 팀을 꾸렸고,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낙태약에 대한 상담과 처방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고, 약은 우편으로 배송된다. 다만 병원 측은 상담자가 사용하는 전화나 컴퓨터의 IP 주소를 추적해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 25일 텍사스오스틴에서 열린 낙태권 폐지 반대 시위. 연합뉴스

지난 25일 텍사스오스틴에서 열린 낙태권 폐지 반대 시위. 연합뉴스

임신 중절을 원하는 이들은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고 비용도 저렴해 이전부터 약을 통한 낙태 방식을 선호해왔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연구기관인 구트마허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미국 전체 낙태의 54%가 약을 통해 이뤄졌다.

FDA 승인한 낙태약, 일부 주 정부 '금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00년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임신 10주 이내에 한해 허용했다. 미페프리스톤을 24시간 혹은 48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면, 임신 유지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차단돼 태아의 성장이 멈추고 유산 때와 비슷하게 자궁이 수축하면서 출혈과 함께 태아가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하지만 ‘모든 형태의 낙태’를 금지하는 주에서는 외과적 낙태뿐 아니라 약을 통한 낙태도 엄격히 규제한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낙태약이 새로운 법적 분쟁 불씨가 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미 19개 주에서 낙태 관련 원격 상담과 처방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 중이다. 텍사스주는 최근 우편으로 낙태약을 주고받는 것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에 대해 백악관은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주 정부 관리들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거나 심각하게 제한하려 한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에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을 최대한 허용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자비에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0년 이상 FDA가 승인한 약은 안전하고 합법적이며, 모든 미국인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결정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 역시 “FDA가 승인한 약을 주 정부가 금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낙태권, 11월 중간선거 쟁점 부상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연방정부의 승인이 주 정부의 조치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하지만, 파인버그 의과대학의 헌법학자이자 의료윤리학자인 케이티 왓슨은 “주법으로 낙태약 사용을 완전히 금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률전문가들은 “우편물은 연방정부가 전적으로 감독하고 있기 때문에, 낙태약의 우편 발송 금지에 대한 주 법률에 법무부가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연방대법원에서 로 대 위에드 판결이 뒤집힌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연방대법원에서 로 대 위에드 판결이 뒤집힌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낙태권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태권 이슈를 쟁점화해 민주당으로 표심을 결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민주당은 낙태권 보장을 위한 연방 차원의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선 다수당이 돼야 한다며, 스윙보터(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로 통하는 교외 지역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앞서 미국 CBS방송과 유고브가 지난 24~25일 성인 159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는 연방 차원의 법률 제정에 찬성한 응답자는 58%, 반대는 42%였다. 또 연방대법원 판결에 반대한다고 답변한 이들은 59%, 지지한다는 응답은 4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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