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복현號, 보험 사기와의 전쟁…허위 진료기록부터 가짜 홀인원까지

중앙일보

입력

광주광역시의 한 의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A씨는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로도 겸업을 해왔다. 2016년 2월 A씨는 의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받지 않은 치료를 받은 것처럼 진료 내역을 조작했다. 이 의원에 입원한 환자 130여명이 이런 식으로 A씨를 통해 16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2억9122만원을 수령했다. A씨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의 검사에 적발돼 보험설계사 등록이 취소됐다.

2017년 충남 태안의 한 골프장에선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B씨가 홀인원 보험료를 허위로 타냈다. 홀인원 보험은 연 3만~7만원 정도를 내면 피보험인이 홀인원에 성공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을 지급해준다. 보통 홀인원을 한 사람은 같이 골프를 친 동료들의 라운딩 피를 내주고 식사를 사는 것이 관례다. 대신 동료들은 기념패를 만들어 축하해준다. B씨는 홀인원을 하지 않았지만 홀인원 비용을 카드 결제해서 카드매출전표를 챙기고 즉시 승인 취소를 했다. 이후 보험사에 이 카드매출전표를 제출해 240만원을 타냈다. 금감원은 이 보험설계사에게 업무정지 90일 제재를 내렸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6.23/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6.23/뉴스1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이 최근 보험사와 보험대리점을 상대로 대규모 검사에 나섰다. 금감원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검사제재현황엔 최근 13개 보험사·보험대리점의 전·현직 보험설계사 25명에 대한 제재 내용이 공개됐다. 이들 중엔 보험대리점 외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DB손해보험 등 대형 보험사 소속 설계사도 포함됐다.

삼성생명 소속 한 보험설계사는 2016~17년 광주에 있는 한 한방병원에서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를 28일간 입원시켜 9개 보험회사로부터 866만원을 받아낸 사실이 적발됐다.

DB손해보험 소속 한 보험설계사는 2016년 12월 충북 충주의 한 병원 사무장이 위조한 진단서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했다. 이 병원에선 환자 9명이 이런 방식으로 2개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175만원을 챙겼다.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도 지난 17일 보험대리점의 영업 실태를 검사해 8개사의 관계자와 보험설계사를 상대로 중징계를 부과했다.

한 보험대리점은 2019년 생명보험계약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 96명에게 카시트와 유모차, 상품권, 순금 등 총 2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보험계약의 체결이나 모집에 종사하는 사람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금품 등 특별이익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하는 건 보험업법상 불법 모집 행위다. 금감원은 이 보험대리점에 대해 등록취소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공시된 보험사기 제재 내역 중 일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공시된 보험사기 제재 내역 중 일부.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9434억원, 적발 인원은 9만7629명이다. 이 중 사기액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는 1만7452명이다. 보험사기 적발액은 최근 5년간 매년 증가했는데 지난해엔 전년보다 5% 늘었다.

이 원장은 지난 7일 취임하면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의 의지를 금감원 직원들이 잘 이해하고 수행하려 하고 있다”며 “다만 보험사기 검사는 금감원에서 원래 해온 업무이고 이번에 공시한 제재 내용은 수개월간 검사해온 내용들이 이 원장 취임 뒤에 공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