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수주 갖춘 완전체 외야수 SSG 최지훈

중앙일보

입력

SSG 외야수 최지훈. [사진 SSG 랜더스]

SSG 외야수 최지훈. [사진 SSG 랜더스]

'아기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이 매섭다. SSG 랜더스 외야수 최지훈이 공수를 갖춘 전천후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SSG 외야수 최지훈은 상대팀 타자들에게 얄미운 선수다. 안타성 타구를 쏜살같이 달려와 척척 잡아내기 때문이다. 지난 주중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에선 양석환이 피해자가 됐다. 21일 경기에서 담장을 넘어가려는 타구를 점프 캐치로 걷어냈다. 다음 날에도 양석환의 큼지막한 타구를 두 번이나 잡아냈다.

잡는 것만 잘 하는 게 아니다. 최지훈은 올 시즌 KBO리그 외야수 중 오태곤(SSG, 7개) 다음으로 많은 5개의 보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외야수 중 보살 3위(8개)였다. 강한 어깨로 주자들을 척척 잡아냈다. 지난해 선수들이 선정한 최고 외야수 수비상도 최지훈에게 돌아갔다.

그래서 최지훈에겐 '아기 짐승'이란 별명이 붙었다. '짐승'으로 불린 팀 선배 김강민(40)의 뒤를 잇는다는 뜻이다. 김강민은 KBO리그 최고의 강견이자 빠른 발로 넓은 지역을 수비하며 전신 SK 왕조의 네 차례 우승에 기여했다.

최지훈은 "좋은 수비를 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텐션도 올라간다. 타격이 안 되는 날보다는 수비 실수를 하거나 호수비를 못 했을 때 더 아쉽다. 경기를 안 한 느낌이 든다"고 웃었다.

호수비를 펼치는 SSG 외야수 최지훈. [사진 SSG 랜더스]

호수비를 펼치는 SSG 외야수 최지훈. [사진 SSG 랜더스]

지난해까지 최지훈에 대한 평가는 '발 빠르고 수비 잘하는 중견수'였다. 최지훈은 올해 수식어 하나를 더 추가했다. '타격도 잘하는'이다. 올 시즌 팀이 치른 전경기(73)에 나서 타율 0.307(12위)을 기록했다. 최다안타(86개·6위), 2루타(17개·6위)도 톱10 안에 올랐다. 자주 출루를 하니 빠른 발을 살릴 기회도 늘었다. 도루 3위(15개), 득점 2위(48개)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으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선수를 평가하는 잣대인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를 봐도 최지훈의 위상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외야수 중에선 키움 히어로즈이정후(4.78),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4.17)에 이은 3위(3.67)다. 투수까지 합쳐도 전체 6위에 해당한다.

최지훈은 "겨울 동안 준비한 것들이 타석에서 나왔다. 운도 좋았다. (4월 8일)홈 개막전인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베이스를 맞고 안타가 됐다. 타격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후 좋아졌다"고 했다.

SSG 외야수 최지훈. [사진 SSG 랜더스]

SSG 외야수 최지훈. [사진 SSG 랜더스]

경험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최지훈의 타격을 바꿨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는 최지훈에게 공격적인 스윙을 주문했다. 최지훈은 "투수들에게 적응이 됐고, 데이터도 쌓였다. 자신감있게 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25일 경기 3타수 무안타였다. 지난해라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제는 더 집중해서 '하나는 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까지 좋아진 최지훈은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기준 올스타 투표에서 드림 올스타 외야수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생애 첫 올스타전 베스트12에 뽑힌다.

화려해 보이지만 최지훈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야구명문 광주일고 출신 최지훈은 2015년 주장으로서 활약하며 팀을 대통령배 정상에 올렸다. 하지만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진 못했다. 내야수였던 그는 동국대에 진학해 외야수로 변신해 꽃을 피웠다.

최지훈은 "대학에 가면서 야구를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다. 수업을 들으면서 연습하는 게 힘들고, 프로에 못 갔다는 아쉬움도 든다. 나도 그랬다. 동기들보다 부족한 선수였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고 떠올렸다.

최지훈은 올해 9월 열릴 예정이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유력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연기됐다. 하지만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지금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내년에 열리는 국제대회(WBC·아시안게임·프리미어12)에서 뽑힐 가능성이 높다.

최지훈은 2018년 열린 23세 이하 야구월드컵에 출전한 경력이 있다. 그는 "야구를 시작하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게 소원이었다. 무거운 자리였고, (월드컵에) 나갔을 때 좋았다. 운동선수에겐 꿈의 무대이니까 기회가 온다면 다시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