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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두 달 간 베이징 '이곳' 못 지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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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9일, 차들로 빼곡히 들어선 쓰촨성 청두의 도로 한 가운데서 교통 경찰이 분주히 차량을 가려낸다. 대부분의 차량은 문제 없이 지나가는데, 테슬라 차량은 이 길을 지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무슨 일 때문일까?

중국 청두시의 한 도로에서 테슬라 차량이 분류되고 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청두 방문 일정이 있었다. 시진핑은 청두의 군부대를 방문해 대령 이상 간부급을 만났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날 테슬라 차량은 아예 청두에 진입하지 못하게 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7월 1일부터 테슬라는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베이다이허 지역에도 진입하지 못한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현지 교통 경찰의 말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두 달 간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베이다이허 관내에 테슬라 차량의 진입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매년 7월, 베이징 동쪽 해안 지역에 위치한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비공개 회의를 진행한다. 이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의 여름 휴가 겸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올 하반기 중국공산당 20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 차량이 문제가 된 건 테슬라 전기차 외부에 부착된 8대의 '소형 카메라' 때문이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은 카메라를 활용해 주차나 자동 조종, 자율 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가장 큰 문제는 차량에 부착된 8대의 카메라가 자율주행에 필요한 영상을 수집하는데, 이때 찍힌 영상이 유출돼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민감한 정보의 유출을 막고, 안보 위협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중국에서 수집한 모든 데이터는 중국 내에서만 활용하고, 카메라 기능 역시 북미 지역 이외에서는 작동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일론 머스크의 제안을 거절했다.

중국 청두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 [사진 셔터스톡]

중국 청두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 [사진 셔터스톡]

중국 내, 테슬라를 향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중국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테슬라에 달린 레이더, 카메라 정보가 위성을 통해 미군 시스템으로 수집된다", "실내 카메라에는 차량 내부에서 나눈 대화가 빅데이터로 변환되며, 인공위성으로 쏘아 올린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한 달 뒤인 3월에는, 실제 중국 내 군사 지역과 주택 단지 등 민감 지역 내 테슬라 출입을 막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 중인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도 문제다. 현재까지 우주 궤도를 돌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은 2400개다. 향후 10년 동안 4만 2000여개의 위성이 지구 궤도에 올라갈 예정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중국 과학자들은 학술지 '현대방위기술'을 통해 스타링크를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했다. 중국군 역시 스타링크 위성들이 중국 감시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며 위성을 파괴하는 무기를 개발해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은 군인과 국영 기업 직원의 테슬라 이용을 제한하고, 군사 시설도 들어갈 수 없게 했다.

2022년 1월 19일, 지구 궤도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 3D 렌더링 [사진 셔터스톡]

2022년 1월 19일, 지구 궤도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 3D 렌더링 [사진 셔터스톡]

테슬라에게 중국 시장은 매우 거대하다. 지난해 테슬라 전체 매출의 4분의 1이 중국에서 나왔다. 현재 중국서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려면 최소 10주에서 24주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코로나 봉쇄 조치로 추춤했던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7월 첫째 주부터 2주간 상하이 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시설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다음 달 말까지 주당 2만 2000대씩 제조해 생산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간의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 그러나 중국 당국이 테슬라 차량으로 유발되는 안보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어 향후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는 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과, 당국을 치켜세우는 언급을 여러 차례 하며 친중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스타링크, 테슬라 차량을 통한 데이터 수집 등의 문제가 이어지며 테슬라의 장기적 성장에도 우려의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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