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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대역전패 위기서 기사회생...상금 17억 여자 PGA 우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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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 메이저에서 우승한 전인지. [AFP=연합뉴스]

3개 메이저에서 우승한 전인지. [AFP=연합뉴스]

전인지(28)가 27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전인지는 이날 3오버파 75타 합계 5언더파를 기록, 렉시 톰슨(미국) 등을 한 타 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은 135만 달러(17억5000만원)다.
지옥에 다녀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인지는 1라운드 8언더파를 치면서 5타 차, 둘째 날 3언더파를 더해 6타 차 선두였다. 3라운드 초반 2위와의 간격을 7타 차까지 벌리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이 대회에서 2라운드까지 6타를 앞선 선수가 역전당한 경우는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리드를 날리고 역전패한다면 후유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경쟁자들은 저 선수는 흔들면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본인은 역전의 두려움에 떨게 된다.

1996년 6타 차 선두로 마스터스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렉 노먼은 닉 팔도에게 5타 차로 역전당했다. 노먼은 이후 선수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듬해인 1997년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는 9타 차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으나, 전년도 노먼처럼 역전당한다면 선수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난코스에서 최저타 기록을 쓸 것 같던 전인지는 3라운드에서는 3타를 잃었다. 비틀거리는 3타 차 선두라면 매우 좋은 사냥감이다.

추격자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았다. 메이저 우승자인 렉시 톰슨, 한나 그린, 김세영이 근처에 있었다. 패기 넘치는 슈퍼 루키 최혜진과 아타야 티티쿨도 어슬렁거렸다.

호쾌한 스윙을 하는 렉시 톰슨. 그러나 중요한 순간 짧은 퍼트를 앞에 두면 매우 위축된다. [AP]

호쾌한 스윙을 하는 렉시 톰슨. 그러나 중요한 순간 짧은 퍼트를 앞에 두면 매우 위축된다. [AP]

전인지는 2, 4, 6번 홀에서 징검다리 보기를 했다. 톰슨은 초반 버디 2개를 잡아 역전했다. 전인지는 9번 홀에서 다시 보기를 했다. 타수 차가 2로 늘었다. 분위기는 완전히 톰슨 쪽이었다.

그러나 왠지 전인지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전인지는 11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톰슨도 버디로 응수했다.

다음 홀에서 톰슨이 보기를 했으나 전인지의 짧은 파 퍼트도 홀을 돌아 나왔다.

톰슨은 마음의 상처가 있다. 마지막 우승 후 50번의 경기에서 준우승 7번, 톱 10에는 스무 번 들었다. 끝내기를 잘 못한다. 특히 중요한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한다.

미국 최고의 선수로 꼽히던 그는 2017년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현 셰브런 챔피언십)에서 4타 차 선두로 경기하다가 4벌타를 받으면서 유소연에게 역전당한 이후 그런 경향이 더 커졌다.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는 8홀을 남기고 5타 차 선두를 달리다 대역전패했다. 마지막 두 홀에서 모두 보기를 했다.

톰슨은 14번 홀에서 50cm 정도에 불과한 짧은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팔로스로가 없는 자신없는 스트로크였다.

15번 홀 그린 밖에서 퍼터로 굴린 공이 홀인이 되면서 반등하는 듯 했으나 16번 홀에서 그린 주위에서 온탕냉탕을 경험하고 보기를 했다. 반면 전인지는 웨지로 3온해 버디를 잡았다. 동타가 됐다.

유리한 파 5에서 점수를 잃은 톰슨의 표정이 달라졌다. 17번 홀에서 톰프슨이 버디 기회에서 3퍼트로 보기를 했다. 전인지가 단독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톰슨은 18번 홀에서 3m 버디 기회를 잡았으나 짧았다. 골프위크는 “LPGA에서 가장 고통받은 미국 스타는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또 다시 가슴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고 썼다.

역전패했다면 톰슨의 상처를 물려받을 뻔했던 전인지는 마지막 홀 1.2m 파 퍼트를 넣어 우승을 확정했다. 전인지는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3년 8개월 만에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전인지와 렉시 톰슨이 경기 후 포옹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두 선수는 평소보다 오래 포옹했다. [AP]

전인지와 렉시 톰슨이 경기 후 포옹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두 선수는 평소보다 오래 포옹했다. [AP]

최근 75경기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전인지는 3, 4라운드 75타 씩을 기록하면서도 우승했다.

전인지는 메이저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인다.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과 이번 대회까지 LPGA 투어 통산 4승 중 메이저대회에서 3승을 했다.

최혜진, 김세영, 김효주는 1언더파 공동 5위다. 지은희는 이븐파 공동 10위, 박인비는 3오버파 공동 25위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4오버파 공동 30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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