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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와중에 끝모를 이준석 갈등…"국민 '여당 뭥미'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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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출범 50일이 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가 각종 이상 기류에 휩싸여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제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개편을 둘러싼 정책 혼선이 이어졌고, 여당에선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여권이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할 위기에 놓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다”며 “물가는 급등하고 경기는 하락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고,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 굉장히 급속하게 금리를 올리는 영향으로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요동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와 관련해선 “6월 또는 7~8월에는 6%의 물가 상승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복합 경제 위기 상황”이라며 “굉장히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한마디로 복합 경제 위기…굉장히 살얼음판 걷는 형국”

경제 난국이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추 부총리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지난 5년 동안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면서도 “조만간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인상이 확정된 가스요금에 이어 전기요금까지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게 되면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 나온다. 이미 경유와 휘발유 등 기름값이 치솟아 국민 부담이 늘어나자 여권은 유류세 인하를 비롯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 내부의 혼선도 가중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 방침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했다가 이튿날 윤 대통령이 부인하고 ▶윤 대통령 재가 없이 공표된 경찰 치안감 인사가 2시간 만에 번복되고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문제로 경찰이 집단 반발하는 등의 난맥상이 연출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출근길 즉석 문답(도어스테핑)을 하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나오면서 혼선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느냐. 왜 이렇게 국가가 혼란스럽느냐”며 “프레스 프렌들리(언론 친화적) 정책은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언어가 즉자적이고 거칠고 단정적인 게 국가 혼란으로 비춰지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게다가 이준석 대표를 징계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권 내부의 갈등은 끝날 기미가 없다. 이 대표가 성 상납을 받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증거 은닉 교사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지난 22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달 7일로 심의·의결을 미루면서 여권 내부의 혼란은 확산하고 있다. 이 대표가 연일 ‘윤심(尹心)’을 강조하던 차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 여부를 둘러싼 진실 공방마저 벌어지자 “황당해서 입이 떡 벌어질 지경”(국민의힘 관계자)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 민심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조사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7%였다.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난 6·1 지방선거 직후인 6월 2주차에 53%를 기록한 뒤 49%를 거쳐 47%까지 하락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지방선거 승리 뒤 45%에서 43%를 거쳐 42%로 하향세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은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민심은 좋을 수가 없는 건데도 정책 혼선이 이어지고 ‘이준석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대형 복합 위기)이 닥치는 양상”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운영 동력을 얻으려면 여론의 뒷받침이 필수적인데, 국민들이 여권을 보고 ‘뭥미(뭐냐)’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당분간 큰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여권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과 경제 위기로 전체적인 여론이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5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6·25 전쟁 제72주년 ‘백선엽 장군 서거 2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고 뙤약볕을 가리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5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6·25 전쟁 제72주년 ‘백선엽 장군 서거 2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고 뙤약볕을 가리고 있다. 뉴스1

이런 상황에서도 여권 핵심들은 남 탓을 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신(新)정부도 당도 개혁 동력은 유한하고, 그 유한한 동력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며 “당이든 신정부든 실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징계 추진으로 인해 당·정의 개혁 동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에서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 23일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 (당이 대통령에) 부담이 돼선 안 된다”고 당 내분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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