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문 전 대통령, 서해 공무원 피살 ‘의문의 6시간’ 행적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2022.06.27 00:10

업데이트 2022.06.2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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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생존 사실 보고받고도 구출 지시 안 해

산행 등만 SNS 올리는 건 무책임한 태도

서해 북한 해역에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되기까지 여섯 시간 동안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진상조사TF가 국방부를 방문 조사한 데 따르면, 군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30분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런 내용은 오후 6시30분쯤 문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이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지기 세 시간 전이다. 이씨의 생존 사실을 파악한 만큼 구출하기 위한 조처를 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문 전 대통령이 아무런 구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게 국민의힘 측 조사 결과다.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가 중앙지검 앞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가족 측 김기윤 변호사. 연합뉴스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가 중앙지검 앞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가족 측 김기윤 변호사. 연합뉴스

이씨 유족도 문 전 대통령의 여섯 시간 행적을 밝혀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 등은 “문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가 과연 여섯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히는 게 첫 번째 방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남북 간 통신선이 끊어져 대처가 어려웠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이씨 사망 이후 정부는 유엔사가 관리하는 판문점 채널로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 김정은 친서까지 오간 것을 보면 북측과 연락할 길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씨 피살 직후 청와대 NSC는 23일 오전 1시부터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때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아침 8시30분에야 관련 사안을 보고받았다는 게 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이씨 피살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문 전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의 산행 등 일상이 담긴 사진만 대거 SNS에 공유하고 있다.

문재인 인스타그램

문재인 인스타그램

이씨 아들은 문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빠가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을 밝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답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련 자료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어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석연치 않은 여섯 시간 행적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나서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잘못은 없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는 ‘자진 월북몰이’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 TF에 따르면 국방부의 일곱 시간 북한 통신(감청)보고 내용 중 월북이라는 단어는 딱 한 문장에만 등장한다. 이 때문에 합동참모본부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보낸 최초 보고서에는 ‘월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적혔다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당시 청와대가 부처나 기관에 보낸 공문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만큼 본격적인 진상 규명 작업이 필요하다. 해외 체류설이 도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역시 마땅히 귀국해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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