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굴삭기-굴착기-포클레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공사 현장에서 없어선 안 될 기계가 굴착기다. 그러다 보니 굴착기 판매는 건설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중국의 굴착기 판매 13개월 감소’라는 기사가 났는데 그만큼 건설경기가 나쁘다는 얘기다. 이처럼 땅을 파는 기계인 ‘굴착기’를 ‘굴삭기’ 또는 ‘포클레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셋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굴삭기’는 일본의 대용 한자에서 유래한 것이다. 일본은 한자 획수가 많으면  뜻이 다르더라도 발음이 같은 것을 찾아 획수가 적은 글자로 바꾸어 사용하곤 한다. 굴착기(掘鑿機)의 ‘착(鑿)’과 굴삭기(掘削機)의 ‘삭(削)’이 [사쿠]로 발음이 같다 보니 복잡한 ‘鑿’ 대신 ‘削’을 가져와 ‘굴삭기’로 쓰게 된 것이다.

여기서 착(鑿)은 삽으로 판다는 뜻이고, 삭(削)은 칼로 깎는다는 의미다. 국립국어원도 1956년 일본에서 한자 제한에 따라 기존 ‘굴착’이라는 단어가  ‘굴삭’으로 대체됐고,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유입된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국어원은 ‘굴삭기’가 일본어 표현이므로 ‘굴착기’로 바꿔 쓰라고 권하고 있다. 관련 법령도 ‘굴삭기’에서 ‘굴착기’로 바뀌었다. 2019년 개정된 건설기계법 시행령(대통령령)에도 ‘굴삭기’를 ‘굴착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포클레인(Poclain)’은 프랑스 건설기계 제조 회사의 이름이다. 초창기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이 회사가 만든 굴착기를 사용하면서 회사명이 굴착기를 가리키는 말로 일반화된 것이다.

따라서 ‘굴착기’가 공식 명칭이므로 ‘굴삭기’ 또는 ‘포클레인’이란 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