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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홀 ‘붉은 악마’의 심술…연장전에서 김민규가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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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6일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직후 파란색 우승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김민규. [AFP=연합뉴스]

26일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직후 파란색 우승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김민규. [AFP=연합뉴스]

김민규(21)가 26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기록, 합계 4언더파로 조민규(33)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 끝에 승리했다.

우정힐스 18번 홀 티잉그라운드엔 빨간색 악마 캐릭터가 있다. 의류 브랜드의 앙증맞은 로고인 ‘붉은 악마’가 한국오픈 마지막 날 심술을 톡톡히 부렸다.

18번 홀은 521m(570야드)의 파 5홀이다. 나무가 가린 탓에 시야가 좁고 실제로 페어웨이도 좁다. 오른쪽은 OB구역, 왼쪽은 내리막 경사지다. 왼쪽으로 훅이 크게 나면 오히려 낫다. 마주 보고 달리는 17번 홀의 페어웨이에서 2온을 노려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중간하게 드로가 걸리면 경사지 러프에 걸린다.

이날 경기에선 17번 홀까지 김민규와 이형준이 5언더파 공동 선두였다. 김민규가 18번 홀에 왔을 때 슬라이스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우승에 대한 부담감에다, 오른쪽으로 부는 바람에 대한 불안감이 겹쳤다. 김민규의 티샷은  아슬아슬하게 왼쪽 경사를 타고 내려가 17번 홀의 깊은 러프에 들어갔다.

붉은 악마 캐릭터가 눈길을 끄는 18번 홀에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AFP=연합뉴스]

붉은 악마 캐릭터가 눈길을 끄는 18번 홀에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AFP=연합뉴스]

김민규의 두 번째 샷은 러프를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했다. 다섯 번 만에 그린에 올렸다. 다행히 1퍼트로 막아 보기를 했지만, 김민규의 우승 꿈은 사라지는 듯했다.

이어 이형준이 18번 홀 티잉 구역에 올라섰다. 이형준은 버디를 잡기 위해 강하게 티샷했는데 공은 바람을 타고 페어웨이 우측의 OB 말뚝을 넘어갔다. 이형준은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마지막 조에서 경기한 조민규는 파를 잡으면 연장, 버디를 잡으면 우승이었다. 조민규의 티샷은 김민규의 샷처럼 약간 왼쪽으로 휘었지만, 아슬아슬하게 경사를 타지 않았다. 조민규는 이 홀에서 파를 잡고 김민규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한국오픈 연장전은 16~18번에서 열린다. 3홀 스코어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린다. 김민규가 17번 홀에서 보기를 하는 바람에 조민규는 한 타 앞선 채 마지막 18번 홀에 들어섰다. 그런데 조민규의 드라이브샷은 또 왼쪽으로 휘었다. 반면 김민규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갔다. 김민규가 아쉬운 듯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켰다. OB가 나는 듯했으나 볼은 카트 도로에 멈춰섰다.

조민규는 왼쪽 경사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김민규는 두번째 샷으로 그린을 바로 공략해 천금 같은 버디를 잡았다.

김민규는 “OB라고 생각했는데 공이 살았다는 사인이 왔다. 포기했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린을 바로 공략한 뒤 그린 주위에서도 어려운 플롭샷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이 대회 2위까지는 다음 달 열리는 150회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권을 받는다. 김민규와 조민규는 나란히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가게 됐다. 그러나 1, 2위의 상금 차이는 크다. 우승 상금은 4억5000만원, 2위 상금은 1억2000만원이다. 이날 우승상금은 코리언 투어 사상 최고액이다.

최연소(15세) 국가대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민규는 유럽 2부 투어에서 뛰다 2020년 한국에 돌아왔다. 월요 예선을 거쳐 대회에 참가해 첫 두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해 시드를 땄다. 지금까지 4차례 준우승만 하다가 37경기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이 우승으로 김민규는 KPGA 상금랭킹과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올라섰다.

조민규는 일본에서 2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그러나 국내 대회에서는 우승을 못 했다. 조민규는 지난 5월 매경오픈에서 2벌타를 받고 2타 차 2위를 하는 아픔을 겪었다. 투 그린인 남서울 골프장의 사용하지 않는 그린을 밟고 칩샷을 했다가 벌타를 받았다.

26일 경기도 포천힐스CC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직후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박민지. [사진 KLPGA]

26일 경기도 포천힐스CC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직후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박민지. [사진 KLPGA]

한편 박민지는 26일 경기도 포천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 컵에서 우승했다. 마지막 날 2타를 줄인 끝에 합계 12언더파로 박지영과 동타를 이룬 뒤 역시 연장전 끝에 승리했다. 박민지는 이번 시즌 3승, 통산 13승째를 거뒀다.

박민지는 한때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박지영에 추격을 허용했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박민지의 두 번째 샷은 그린 근처 짧은 러프에 떨어졌고, 박지영의 볼은 벙커에 빠졌다. 박지영은 핀 옆 약 2m에 붙였지만 박민지는 3m가 넘는 거리를 남겨뒀다. 그러나 박민지는 어려운 퍼트를 넣었고, 박지영의 퍼트는 홀을 스쳐 지나갔다.

박민지는 “후반에 보기만 하나 기록하면서 우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매치플레이를 재밌어하기에 연장전도 좋아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쳐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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