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세라비가 고발한다

팬클럽 사적 소통, 럭셔리 치장…'셀럽 영부인' 보기 민망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27 00:01

업데이트 2022.06.27 10:22

오세라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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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팬카페를 배경으로 김 여사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사과 회견을 하는 사진을 합성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김건희 여사 팬카페를 배경으로 김 여사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사과 회견을 하는 사진을 합성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식 일정만 정제된 형식으로 공개해온 기존 대통령 부인들과 달리 자신의 팬클럽을 통해 취사선택한 사생활을 스스로 노출하는 식의 전혀 새로운 영부인 스타일에 환호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 여론이 높았던 대선 당시의 약속대로 조용한 내조에 머물러야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두 여성 작가의 상반된 시각의 글을 연이어 내보냅니다. 오늘(21일) 비판적인 시각의 오세라비 작가의 칼럼에 이어 내일(22일)은 이런 비판은 여성혐오적 편견이라는 주장을 담은 오진영 작가의 글이 이어집니다.

#우리나라가 부동의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분야가 자살률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그런가 하면 직장인들 점심 한 끼 값을 비롯해 기름값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활물가가 치솟고 있다. 전기. 도시가스. 상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은 크게 올랐거나 줄줄이 인상 예정이다. 국민 삶이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주말이면 백화점에서 신발을 사고, 영화관을 찾아 부부가 같이 팝콘을 먹으며 영화 관람을 하고, 유명 빵집에 들러 빵을 산다. 언론에 노출된 사진만 보면 아무 근심 없이 인생을 즐기는 해외 셀럽 부부처럼 보인다.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닌 그의 아내 김건희 여사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브로커' 관람에 앞서 팝콘을 사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브로커' 관람에 앞서 팝콘을 사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의 임무는 올바른 정책수립, 올바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외적인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국민의 생활 및 생계 안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한 지 채 두 달이 안 된 지금은 어떤가. 대통령이 강한 리더십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난관을 돌파할 혁신능력을 보여야 할 시점에 대통령 배우자와 관련한 시시콜콜한 가십이 더 부각되고 있으니 뭔가 이상하다.

귀중한 임기 초반을 부인 가십으로 소모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집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윤 대통령이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르자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사생활과 허위이력과 관련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정치 공세를 넘어 여성 혐오적 시선이 묻어나는 ‘줄리 벽화’ 사건도 이즈음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 확정 후엔 김 여사를 향한 민주당의 공격 강도는 높아만 갔다.
상대의 공격뿐 아니라 내부 실수도 터졌다. 국민을 조롱한다는 오해를 산 SNS ‘개 사과’ 사진 논란이 터졌고, 당시 윤 후보 측은 과거 영부인을 담당해온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고 '영부인'이라는 호칭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부정적 여론이 지속하자 지난해 12월 26일 김건희 여사가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지난해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논란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기 전 SNS에 사과 사진을 올려 또 논란을 빚었다. 김건희 여사 측근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반려견 SNS 토리스타그램 캡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지난해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논란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기 전 SNS에 사과 사진을 올려 또 논란을 빚었다. 김건희 여사 측근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반려견 SNS 토리스타그램 캡처]

사과문 발표 후 여론은 급반전됐다. 오히려 김 여사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한 것이다. 심지어 김 여사를 지지하는 팬클럽이 생겨났다. 네이버 팬카페 회원 수는 현재 9만 4500여명에 달하고, 페이스북 팬 페이지 역시 2만 1000명이 넘는다. 이 밖에도 페이스북엔 팬 페이지가 몇 개가 더 있으며, 최근에는 소위 우파 유튜버 몇몇이 인스타그램에 ‘퀸건희’라는 계정을 만들어 김 여사를 글로벌 셀러브리티로 만드는 작업까지 하고 있다.

공직자 아닌 셀럽 행보 

그래서일까.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 후 김 여사는 팬덤을 몰고 다니는 스타처럼 매스컴에 노출되고 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평소 즐겨 입는다는 럭셔리 브랜드 디오르(Dior) 의상이나 핸드백, 팔찌 등 패션 아이템에 시선 집중이다. 마치 유명 연예인처럼 김 여사 선택을 받은 제품이 완판됐느니 하며 화제를 모으는 배경엔 각 팬클럽이 경쟁적으로 사진을 SNS에 퍼 나르고 그걸 중계하는 언론이 있다. 눈썰미 좋은 사람이면 알만한 유명 브랜드 정보야 그렇다고 치고 김 여사 측이 제공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평범한 저가의 의상·액세서리 가격 정보까지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이 시시콜콜 전달한다. 과거 영부인과 다른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 배우자의 탄생인가. 아니면 김 여사만 구사할 수 있는 특별한 극장형 정치의 시작일까.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음악회' 관람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야권은 이날 김 여사의 디올 의상을 놓고 협찬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음악회' 관람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야권은 이날 김 여사의 디올 의상을 놓고 협찬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화려한 사진에 취해 다들 잊은 모양이지만 나는 지난해 말 김 여사가 했던 대국민 사과문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은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약속을 곧이곧대로 김 여사가 대외활동 없이 집에만 머무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다만 무슨 활동을 하든 국민 눈높이와 선을 지킬 것이라 믿었다. 지금 상황은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만났던 공식일정이 대표적이다. 봉하마을 동행자 중 3명은 김 여사가 최근까지 운영하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직원들이었다. 그중 십년지기라는 코바나의 전무는 묘역 참배 등 공식 일정을 같이 소화하며 대통령실이 언론에 제공한 사진에 주요 인물처럼 나란히 등장해 야당의 '비선 의혹' 공세를 자초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 여성은 김 여사 십년지기이자 그가 운영했던 코바나의 전무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 여성은 김 여사 십년지기이자 그가 운영했던 코바나의 전무다. 연합뉴스

팬클럽은 또 어떤가.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김 여사 팬클럽이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김 여사 본인은 물론 대통령실은 그저 침묵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 부부가 찍은 사진은 대통령실이 아니라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고,  대통령 부부가 직접 알려주거나 전달하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사적 일정을 담은 미공개 사진도 대통령실이 아니라 김 여사와 사적 인연이 있는 팬클럽 회장이 선별해서 내보낸다. 그러다 보니 팬클럽 회장 목소리는 점점 커져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다. 매우 비정상적이다. 단순한 가십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동력마저 떨어뜨리는 일이다. 팬클럽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와 선 긋기가 김 여사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는 자세다.

인기 높다고 대선 전 약속 뭉개나 

팬클럽 회원 수만큼 김 여사 인기가 높은 게 사실이지만 세간에는 거꾸로 이런 행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려하는 정서 역시 넓게 퍼지고 있다. 민심은 무섭다. 한번 구르기 시작하면 눈덩이처럼 자꾸 커지는 법이다. 지금은 호기심으로 관심을 보이지만 럭셔리 브랜드 패션으로 치장한 셀럽 형 영부인을 바라는 국민은 많지 않을 거다.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활동을 하고 싶다면 보이지 않는 곳,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 도움을 주는 일부터 하는 게 어떨까.

다시 한번 바라건대 김건희 여사가 국민과 했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약속의 본질에 충실해야지, 상황이 바뀌었으니 그 약속을 슬쩍 다른 모습으로 변형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 공인에게 약속은 천금과 같다. 게다가 김 여사는 아이돌 스타와 같은 대중적인 공인이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의 배우자라는 공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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