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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사람 없는 尹·李 회동…'흰머리 세 가닥' 이준석 속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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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알려졌는데 만났다는 사람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이달 중순 회동설’을 놓고 양측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당내 입지가 흔들리는 이 대표의 현주소가 드러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6.26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6.26

발단은 이 대표가 이달 중순 윤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찬 회동을 했다는 내용의 한 언론 보도(25일)였다. 해당 보도에는 이 대표 측이 윤 대통령과 추가 회동을 추진했으나 회동이 성사되기 직전 윤 대통령 측이 취소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25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만남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 이 대표와 비공개 만찬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이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은 애매했다. 회동 사실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대표는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만남이 있었는지, 당 대표 입장에서 대통령 일정을 공개할 수는 없다. 여당과 대통령실 측은 여러가지 정책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26일에도 백범김구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회동했다고) 저희가 얘기한 적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오히려 제가 당황스럽고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는데 만남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달 중순 비공개로 회동한 것 자체는 사실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저녁 식사를 함께 하진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비공개 만찬’은 없었다고 해명했단 것이다. 특히 회동 시점은 당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다룰 회의 일정(22일)을 잡기 전으로, 두 사람의 회동에서도 관련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런데 회동 이후에 당 윤리위에서 이 대표 징계 논의 일정이 정해지자, 위기감을 느낀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한 번 더 만나려고 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대통령실측이 추가 회동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당내 친윤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을 당 현안에 소환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당내 문제에 개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측은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는 얘기 자체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퍼트린 루머라는 입장이다. 대선을 거쳐 최근까지 이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이들이 ‘회동 논란’을 통해 이 대표를 고립시키고 정치적 입지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과 여당의 소통에 대해 윤리위와 엮어서 이야기하는 건 정치적인 의도가 과하다”며 “상시적인 소통과 최근 당내현안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흰머리 세 가닥을 뽑은 사진을 올렸는데, 이 역시 최근 자신과 갈등을 빚은 ‘윤핵관’들을 저격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원래 한 가닥씩만 났는데 세 가닥이 나서 특이해서 올린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0·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27일 오후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하는 윤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당에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항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무수석은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첫 순방 관례 상 당연히 당에서도 (배웅을)나가는 것이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상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때는 여당 지도부가 공항에 배웅을 나가는 게 관례다. 그러나 이 대표의 참석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한다. 대표실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로선 관련 일정이 없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와 대통령실 간 불편한 기류 때문에 이 대표가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대선 직후인 3월 11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도시락 오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뉴스1

대선 직후인 3월 11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도시락 오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뉴스1

당내에선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이번 주를 기점으로 더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장제원 의원이 당내 갈등을 비판한 발언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디코이(유인용 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했다.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썼다. 당 관계자는 ‘간장’이라는 표현에 대해 “자신과 대척점에 서 온 안철수 의원과 장제원 의원을 ‘간장(간 보다+장제원)’이라고 칭하는 일부 커뮤니티의 은어”라고 해석했다. 안 의원 역시 최근 이 대표와 국민의당 몫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27일 이 대표가 추진해온 당 혁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 같은 날 오전에는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의원연구단체 ‘미래혁신포럼’이 열리는데, 이 자리에는 안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포럼 강연을 한다. 한 재선의원은 “이번 주 여러 현안을 놓고 또 이 대표와 여러 사람이 충돌할 것”이라며 “이런 모습을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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