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거래절벽' 현상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6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와 3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났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날까지의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7271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414건의 28.6%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매매 가격 6억원 이하 거래는 2754건으로 37.9%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인 30.6%(7772/2만5414건)보다 7.3%P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보금자리론이 가능한 저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의 7.6%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말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의 62.7%(78만7277가구)였다.
비중이 90%가 넘는 자치구도 강북구(98.0%), 노원구(97.8%) 등 8곳이나 됐다. 하지만 5년 새 아파트값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도봉구(32.9%), 노원구(21.9%), 금천구(25.9%) 등 6곳을 제외한 다른 자치구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5년 전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48.7%였던 성동구에는 단 한 가구도 남지 않았다.
이렇듯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들 아파트의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진 것이다. 6억원 이하 아파트의 평균 전용면적은 올해 36.9㎡(11.2평)로 공급면적으로 계산해도 1~2인 가구의 거주가 가능한 10평 후반대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평균 47.7㎡(14.4평)이었다.
반면 서울에서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21.4%(1558/7271건)로 지난해 28.0%(7105/2만5414건)보다 6.6%P 줄었다. 9억원 초과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 역시 올해 23.7%로 지난해 25.9%보다 소폭 감소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비용 부담 등의 영향이 중저가 아파트에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에 반해 1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한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은 17.0%(1234/7271건)로 지난해 15.5%(3947/2만5414건)보다 1.5%P 늘었다. 이 가운데 3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해 2.1%(544/2만5414건)에서 올해 4.0%(292/7271건)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억원 초과로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거래금액(40억1424만→43억8353만원)이 4억원가량 높아졌고, 평균 전용면적은 155.5㎡에서 142.0㎡로 13.5㎡ 감소한 것도 눈에 띈다. 고가 아파트의 면적당 가격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면적 273.9㎡의 경우 지난 4월 28일 145억원에 직거래 된 것으로 신고돼 올해 상반기 최고 거래가 아파트로 기록됐다. 이 아파트의 동일 주택형이 작년 3월에 115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서 1년 새 30억원 상승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가 아파트 시장의 거래는 줄지 않는 등 금액별로 시장이 분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다주택자의 보유·취득·양도 규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핵심 지역과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