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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바스 요충지 뺏겼지만…"러군 전투력 끝나가, 우크라 승산"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패를 가를 ‘돈바스 전투’에서 핵심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가 2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완전히 함락됐다. 로이터통신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함락 이후,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거둔 최대 승리”라고 전했다.

세베로도네츠크 지역의 아조트 화학공장이 러시아 군의 공격으로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세베로도네츠크 지역의 아조트 화학공장이 러시아 군의 공격으로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러, 세베로도네츠크 함락

미국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이고르 고나셴코프 러시아군 대변인은 “러시아군의 성공적인 공격 결과 세베로도네츠크를 완전히 해방했다”면서 “(세베로도네츠크 내) 아조트 화학공장을 최후 항전지로 삼아 저항을 이어가려던 우크라이나군의 시도는 좌절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세베로도네츠크가 러시아의 손에 넘어갔다고 인정했다. 올렉산드르 스트라우크 세베로도네츠크 시장은 “도시가 러시아의 통제 아래 들어갔다”면서 “러시아군은 자신들의 지휘관을 임명했고, 러시아의 질서를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24일 세베로도네츠크에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군 마지막 부대가 방어가 불가능한만큼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몇달간 러시아군의 파상공세에 산산조각 난 진지에 단순히 잔류를 목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전사자 수만 늘리는 것”이라며 소모전을 버티지 못한 우크라이나군이 퇴각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루한스크주의 마지막 도시인 리시찬스크에서 저항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프리빌리야 마을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초토화된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프리빌리야 마을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초토화된 모습. 연합뉴스

WP "러, 조만간 자원 소진…일시 정지될 것"

러시아가 돈바스에서 ‘느린 전진’을 통해 점령지를 차근차근 넓혀가자, 전세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기운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러시아가 이 같은 공세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서방의 정보기관과 군사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군의 탄약 소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장비와 병력 손실이 크다면서 “조만간 러시아군이 진전을 멈추고 ‘일시 정지’ 상태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독일 신문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가용 자원을 거의 다 소진했고, 더 이상 전진 모멘텀이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러시아의 전투 유지력은 수개월 내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병력 소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인 유리 코테에녹은 텔레그램에 “러시아의 방어선은 1000㎞ 이상이며, 승기를 잡으려면 50만 명 이상의 군대가 필요하다”고 추산한 뒤 “현재 러시아는 대규모 특수군사작전을 계속 이어갈 충분한 체력이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세베로도네츠크 후퇴에 대해, 러시아가 조만간 병력 열세에 몰릴 것을 감안한 ‘전략적 후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이 흩어진 병력을 재정비하고, 러시아군을 좁은 국지에 몰아넣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러시아는 돈바스 전투를 위해 창고에 묵혀뒀던 구식 탱크까지 전부 끌어온 상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첨단 지원무기가 속속 도착하면서 재무장에 들어갔다. 지난주 프랑스의 세자르 곡사포가 전장에 투입됐고, 독일의 자주포 팬저하우비츠2000, 미국의 고속기동 포병로켓 시스템(HIMARS)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미군이 필리핀과의 군사 훈련에서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군이 필리핀과의 군사 훈련에서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인 육군 중령 벤 호지스는 “우크라이나는 몇달 안에 서방이 지원한 첨단 정밀 무기로 재무장해 반격하기 충분한 상태가 될 것이지만, 러시아는 구식 장비에 의존도가 커지면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해군분석연구소(CNA)의 러시아 연구 책임자인 마이클 코프만 역시 “우크라이나가 현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붕괴의 위험에 처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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