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배불리나” “투자 망설일 것” 정유업계 ‘횡재세’ 논란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6.26 12:57

업데이트 2022.06.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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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시 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2000원 이하로 휘발유를 넣을 수 있는 곳은 경북에 한 곳, 경유는 전북 한 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지난 24일 서울시 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2000원 이하로 휘발유를 넣을 수 있는 곳은 경북에 한 곳, 경유는 전북 한 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기름값이 다락같이 오르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근 고수익을 낸 정유업체에 이른바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유가 덕분에 초호황을 누리고 있으니 세금을 매기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 논리를 거스른다는 반론이 나온다.

26일 정치권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유사에 대해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세금을 걷거나 기금을 출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2120.13원, 경유 가격은 2147.7원이다. 지난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L당 2115.8원으로 7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경유는 지난달 24일 사상 처음 L당 2000원을 넘어선 이래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늘린 데 이어 다음 달부터는 37%까지 추가 확대한다. 하지만 기름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업계의 경영 실적은 급호전되고 있다. 재고 가치가 급등한 데다 고유가로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면서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4조76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에 이른다.

정치권에서는 정유업계가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야가 비슷한 기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수 부족 우려에도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며 “정유사들도 혼자만 배를 불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분기 정유4사 영업이익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분기 정유4사 영업이익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휘발유·경유 가격을 L당 200원 이상 떨어뜨리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고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대란 등에서 빚어진 만큼 유럽 등에서 징수하는 횡재세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횡재세는 정상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을 얻을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일시적으로 매기는 소득세다. 횡재세는 영국이 원조 격이다. 1980년대 공기업 민영화 당시 헐값에 매각되면서 과도한 차익을 거뒀다는 여론이 일면서 제도가 도입됐다.

영국은 지난달 석유·가스 업체에 한시적으로 25%의 초과이윤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헝가리, 스페인 등에서도 시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이윤율 10%를 넘는 석유기업에 대해 추가로 연방세 21%를 물리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엑손모빌(석유회사)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석유업계에 날을 세우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정유업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민간기업의 수익을 환수하는 것 자체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석유 수요가 급감했던 2020년 업계는 5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정부 지원은 전혀 없었다”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최근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은 맞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가치가 급등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횡재세가 되레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는 “탐사·채굴 사업을 하는 미국·영국의 석유 메이저와 한국의 정유업체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라며 “이들은 애초에 원유 유정 소유·허가권 논란을 겪고 있다.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유업계는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우선 정책으로 신규 정제시설 투자를 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반시장적인 정책이 나온다면 미래 투자를 더 망설일 것이다.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류세 인하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견해도 있다. 성태윤 경제학과 연세대 교수는 “특정 시점에 이익이 났다고 이를 환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유류세의 경우 100% 인하 조치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유류세 인하 폭을 50%로 해야 한다”(김성환 의원)는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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