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대수 잘못 세고 학교용지부담금 부과한 구청…법원 "위법"

중앙일보

입력

구청이 세대 수를 정확히 조사하지 않고 재개발 조합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은평구 일대에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A조합이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기타부담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조합은 2020년 9월 은평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해당 지역에는 조합원 분양 물량 972세대, 일반분양 183세대, 임대주택 296세대 등을 포함해 총 1464세대가 공급될 계획이었다.

은평구청은 약 3개월 뒤 학교용지법에 따라 A조합에 학교용지부담금 11억9000여만원을 부과했다. 학교용지부담금이란 100가구 이상 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개발 사업자에 학교 용지 확보와 학교 시설 증축 등을 위해 분양 가격의 0.8%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부담금은 총 공급될 분양세대 수에서 기존 세대수와 임대주택 세대 수를 제외한 '증가 세대 수'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은평구청은 분양될 1464세대에서 기존 거주 가구 850세대와임대주택 296세대를 제외한 318세대를 기준으로 A조합에 대한 부담금을 산정했다.

하지만 A조합은 "최근 3년 이상 취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학교 신설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학교용지법에 따라 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정비구역이 위치한 지역의 취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부담금을 부과했다"며 부담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조합은 "사업시행인가 당시 기존 거주 세대 수가 1195세대인데 은평구청이 850세대로 잘못 산정했다"며 "1195세대로 계산하면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 대상 세대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평구청 측은 "교육부는 '기존 가구 수 산정 시 세입자를 포함하지 않는 건축허가 기준으로 가구 수를 산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취지의 해석례를 내놓고 있다"며 "기존 거주 세대 수를 산정할 때는 세입자 가구를 제외한 850세대로 계산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은평구청 측의 세대 수 산정이 정확하지 않다며 A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업시행인가상 기존 세대 수는 1195세대로 돼 있는데 여기에는 소유자 세대와 세입자 세대의 세부 내역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어 기존 거주 가구 수 산정 시 세입자 가구를 제외한 계산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은평구청이 아무런 조사나 합리적 조치 없이 건축물 대장만을 기초로 기존 세대 수를 산정하고 그를 전제로 한 처분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