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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이제 1200원대 중후반 환율에 익숙해져야 할 때"

중앙일보

입력 2022.06.26 07:00

요즘 주가만 요동치는 게 아니죠. 환율도 장난 아닌데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달러당 1300원선마저 23일 뚫렸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자금흐름에 민감한 우리 증시에선 환율이 어디로 가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인데요. 그래서 지난 20일 환율 전망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입니다.

 권아민 연구원은 2013년 DB투자증권에서 경제 RA로 일을 시작해 2018년 NH투자증권으로 이직했다. 2019년부터 외환시장 분석 보고서를 쓰고 있다. 강정현 기자

권아민 연구원은 2013년 DB투자증권에서 경제 RA로 일을 시작해 2018년 NH투자증권으로 이직했다. 2019년부터 외환시장 분석 보고서를 쓰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달 초 낸 하반기 환율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말까지 달러화 강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셨는데요. 6월 들어서 이미 달러화 강세가 상당히 많이 진행돼 버렸더라고요. 그래도 전망은 그대로이신가요? 
“네, ‘하반기 달러 강세’ 전망은 그대로이고요. 다만 이제 되돌림은 있을 것 같아요. 워낙 선반영을 해서요.”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좀 떨어질 수도 있다? 
“네. 하지만 (환율 하락의) 모멘텀은 별로 없어요. 환율이 조금은 내려오겠지만(되돌림) 그게 유의미한 추세 전환은 아닐 걸로 봅니다. 만약 환율이 내려온다면 그 재료는 아마도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일 겁니다. 하지만 이건 원화의 단기 반등 재료이고요. 연말로 가면 (금리보다는) 결국 경기 쪽으로 시선이 옮겨갈 거예요.” 
-경기침체 가능성이요? 
“연준이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얘기가 나오는데요. 그런 컨셉이면 다시 한번 달러가 강해질 수 있거든요. 지금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경기도 미국이 그나마 나아서’ 나타나는 달러 강세인데, 올해 연말, 내년 연초가 되면 ‘경기침체 컨셉’의 달러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단 생각을 해요.”
-달러 강세인 건 같지만, 컨셉이 달라지는 거군요. 지금은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달러 가치가 올라가는 컨셉이라면, 연말쯤엔 ‘모두가 침체이면 믿을 건 역시 달러뿐’이란 컨셉으로 바뀐다는 거죠? 
“네, 그 시점이 언제일까, 경기침체가 언제 올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걸 염두에 둬야 할 시점이에요. 왜냐면 생각보다 긴축이 굉장히 세졌거든요. 미국 소비 쪽 지표도 안 좋게 나오기 시작했고요. 그럼 다시 ‘안전자산 선호’ 컨셉의 달러 강세가 나타날 수 있죠.” 
-원화 환율은 수입물가와도 관련이 큰데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간다’고 하더니, 지금은 좀 내려왔잖아요. 그럼 환율이 좀 내려갈 요인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수출이 좀 나와주는 상황인데, 유가 때문에 수입물가가 너무 올라서 무역수지 적자인 상황이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유가가 내려가고 수출이 잘 되면→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돼서 →원화강세’인 건 맞는데, 하반기에도 과연 수출이 지금처럼 잘 나와줄지를 보자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아요. 경기 선행지수가 하락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모두 긴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도 ‘상고하저’로 전망하거든요. 그럼 무역수지 적자가 하반기에 완연하게 개선되는 그림은 아닐 거고요.” 
 무역수지 적자는 환율 상승(원화 약세)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사진 강정현 기자

무역수지 적자는 환율 상승(원화 약세)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사진 강정현 기자

-유가가 내린다 해도 수출도 같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화 강세 효과가 별로 없겠군요. 
결국은 ‘무역수지가 얼마나 개선될까’를 봐야 하는데, 이게 그다지 좋을 것 같진 않아요.” 
-원화 약세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의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7년 이후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보고서에서 지적했는데요.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작아지고 있는 건데, 왜 그런거죠? 우리 말고 다른 나라 점유율이 늘어났나요? 
“결국 중국이랑 아세안이에요. 신흥국들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한국 수출 점유율이 줄어드는 거고요. 일본도 마찬가지죠. 예전에 주요 수출국이던 한국·일본의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그 나라의 통화(원화·엔화)의 구조적인 위상이 악화됐다고 봐요.” 
-수출 점유율 하락 추세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겠군요. 
“지금 미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탈 세계화’로 가고 있잖아요. 리쇼어링과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젠 우리나라 같은 수출국이 키워질 만한 환경은 아니죠.” 
-일본도 그런 점에선 비슷한 상황인데요. 
“네. 일본은 그래도 선진국 통화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는 통화의 위상이 강해요. 그런데 그마저도 지금 수출 점유율 하락 때문에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이 좀 약화됐죠. 그래서 엔화도 달러와 비교할 땐 조금 약세 방향성으로 보고 있어요. 물론 그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 때문이죠. 미국은 기준금리를 이렇게 세게 올린다는데, 일본은 여전히 중앙은행 총재가 ‘우린 아직 멀었어요’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0엔까지 갈 거란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 정도까지 보는 건 아니죠? 
“네. 저희는 연간 상단을 달러당 140엔 아래로 봐요. 엔화 가치가 지금 달러 대비로 2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라서 이미 (엔화 약세가) 너무 많이 진행됐다고 보고 있어요. 가장 큰 트리거가 미국과 일본의 물가 차이인데요. 지금처럼 8.6%씩이나 되는 미국 물가지수 상승률이 내년, 내후년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엔화 환율이 150엔까지 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정점(미국과 일본의 물가 차이)이 올해입니다. 내년부턴 줄어들 거예요.” 
-엔화는 선진국 통화라서 원화보다는 강할 거라고 보셨는데요. 엔화를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거군요.
지금 펀더멘털 대비 (원화와 엔화 가치가) 조금 괴리가 났어요. 엔화 가격이 너무 싸기도 하고요. 또 제일 중요한 건 경기흐름인데요. 과거에 경기 둔화될 때 어땠는지를 생각해보면 원화가 한번도 엔화나 달러보다 강한 적이 없었거든요.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지난해 7월 고점을 찍고 내려와서 올 5월에 기준선(100) 아래로 들어갔어요. 경기도 그렇고, 무역수지도 못 올라오고 있어서 원화가 달러당 1290원보다 더 위쪽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원달러 환율 1300원대는 너무 오랫동안 안 가본 길이어서요. 1300원이면 상단일 거란 전망도 있었는데요. 연구원님은 상단을 1320원으로 보셨더라고요.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위에 안착할 거란 전망은 아니고요. 다만 상단을 충분히 열어놔야 한다는 건데요. 예전에 환율 1250원과 지금의 1250원은 많이 다르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경기가 좋고 수출을 잘해도 이제 900원대 환율은 기대할 수 없는 구조가 됐어요. 내국인의 해외 투자 때문에 그렇습니다.” 
-서학개미나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큰 변수이군요. 
“2014년을 기준으로 한국이 순채권국이 됐는데요. 순채권국은 그만큼 해외 자산을 취득해야 하는 거라서, 달러가 필요하죠. 달러가 들어오는 것보다 더 많이 나가고 있어요. 순대외자산이 계속 늘어나는데요. 그 증가세와 원달러 환율의 밴드(움직이는 범위)가 같이 움직여요.” 
달러를 1000원에 사서 1200원일 때 판다? 그런 환차익 전략은 옛날 얘기가 됐다. 사진 강정현 기자

달러를 1000원에 사서 1200원일 때 판다? 그런 환차익 전략은 옛날 얘기가 됐다. 사진 강정현 기자

-예컨대 예전엔 환율 밴드가 900~1200원이었다면, 순대외자산이 늘어나면서 그 밴드의 상하단이 모두 올라가는 거군요. 
“올 하반기 환율 하단을 1200원 이상으로 보는데요. 코로나 직후 환율이 1080원까지 갔는데, 이건 진짜 경기가 좋을 때이고요. 앞으로 경기가 다시 좋아지더라도 1100원으로 가기엔 좀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어요.” 
-‘예전 환율 1200원과 지금의 1200원과 다르다’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네요. 보통은 ‘환율이 1200원이면 달러가 비싸다, 1000원이면 싸다’ 이렇게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데요. 
“옛날엔 그런 게 통했죠. 달러를 사뒀다가 1200원 이상이면 다 환전해버리고요. 그런데 환율 밴드가 올라갔기 때문에 달라져야 해요. 이제는 1200원대 중후반의 환율에 익숙해져야 할 겁니다.” 
-환율은 경제성장률이나 주가지수보다도 예측이 훨씬 어렵다고들 얘기하는데요. 실제 해보시니까 어떻던가요? 
“미국 채권 금리와 유럽 채권 금리를 각각 전망하는 사람은 그 자산가격에 대해 얘기를 하면 되는데요. 환율을 전망하려면 그 상대적 격차를 계속 봐야만 하거든요. 미국 금리도 오르고 유럽 금리도 오르고, 다 오르는데 상대적으로 어디가 더 오를지를요. 그래서 항상 미국 대비 일본, 미국 대비 중국, 이런 식으로 계속 비교해서 상대적인 걸 따져야 해요. 그런 면에서 한번 더 생각을 해야하죠.” 
-개인적으로 외환이나 주식에 투자를 좀 하시나요? 
“최근에 한번 엔화를 사봤어요.” 
-오, 얼마에 사셨어요? 
“970원대 정도에 샀고요. 국내 주식 투자도 했었는데 지난해 연말에 다 뺐고요. 미국이 유동성을 줄일 테니 좋아보이는 게 없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전쟁이 나고 가파르게 금리를 올릴 줄 예측하진 못했지만요.” 

by.앤츠랩
※이 기사는 6월 24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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