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 혁신방안 내놔라"…원희룡 '장관 1호 지시'는 오버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6.26 06:00

업데이트 2022.06.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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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전문기자의 촉: 원희룡식 공기업 개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장관 1호 지시'를 내렸습니다. 5월 취임 이후 첫 공식 지시인데요. LH공사와 인천공항공사, 코레일 등 산하 28개 공공기관에 일주일 내로 자체 혁신방안을 제출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조건을 달았는데요. 바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겁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각 산하 공기업은 국민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자체 혁신방안을 일주일 안에 내놓으라는 겁니다.

 원 장관은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공공기관 혁신 TF'를 구성해 공공기관이 제출한 혁신방안을 엄격하게 평가·보완해 최종 혁신방안을 신속하게 확정한 뒤 일관되게 이행하겠다"라고도 했는데요.

 앞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방만하게 운영돼 온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로 보입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350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약 583조원으로 문재인 정부의 시작 직전인 2016년 말(499조원)보다 16.7%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인력은 32만여명에서 44만명으로 11만명 넘게 늘었지만 1인당 생산성은 대폭 줄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원 장관 역시 연장선상에서 산하 공기업들에 자체 개혁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공항은 코로나 여파로 인해 지난해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뉴스1]

인천공항은 코로나 여파로 인해 지난해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뉴스1]

 그러나 문제는 방법과 절차입니다. 겨우 일주일 만에 내놓을 수 있는, 그것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방안이 있다면 이미 진작에 나왔고 실행됐을 거란 지적입니다.

 현재 공기업이 안고 있는 막대한 부채와 과다한 인건비 부담, 그리고 적자 경영 등은 그 원인이 해당 기관에만 있지 않습니다. 정부 업무를 대신하면서, 또는 정부가 짜놓은 사업구조나 정부 방침 탓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통 관련 공기업을 예로 들면 30조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진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정부 지원이 채 50%가 안 됩니다. 부족한 돈은 차입이나 채권 발생 등을 통해 도공이 자체 조달하는데요.

 통행료만 받아선 원금 상환은커녕 빌린 돈의 이자 내기도 빠듯합니다. 그렇다고 통행료를 맘대로 올리지도 못하니 부채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코레일도 기차요금이 수년째 동결돼 있습니다.

 인천공항은 코로나로 인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면세점 등 입주업체의 임대료를 깎아주라는 정부 요구를 따랐다가 지난해 750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요. 임대료 감면이 아니었다면 거꾸로 2000억원 넘는 흑자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인력과 인건비 증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당수 공기업이 文정부의 '비정규직 0' 정책 때문에 외주를 대부분 직접 정규직 전환 또는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요. 인천공항만 해도 수천 명에 달합니다. 도공 등 다른 공기업 역시 유사합니다.

통행료 수납원에서 도공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력들이 고속도로 법면을 청소 중이다. [중앙일보]

통행료 수납원에서 도공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력들이 고속도로 법면을 청소 중이다. [중앙일보]

 공기업 사이에선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과도한 통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한 공기업 간부는 "조직과 인사, 급여는 물론 생산하는 서비스의 범위, 종류, 가격까지 모두 정부가 통제하니 공기업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공공기관 혁신은 개별 공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범 정부차원에서 각 공기업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와 필요성, 경영 방식과 현황 등을 세밀히 따져서 맞춤형 개혁방향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 신속하게 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준비기간도 필요합니다. 켜켜이 쌓이고 복잡하게 얽힌 공기업 문제를 풀려면 혁신방안의 효율성과 실행 가능성, 그리고 국민 공감대 형성 등의 필요조건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따져보면 불과 일주일 안에 자체 혁신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원 장관의 지시는 흔히 하는 말로 '오버(over)'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정치인답게 실효성보다는 '쇼'에 치중한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오는데요.

 물론 일주일 안에 제출하란 요구를 받았으니 해당 공기업들은 다 혁신방안을 내놓을 겁니다. 하지만 내용은 ▶임금 인상 자제 ▶임원의 급여 일부 반납 ▶비용 절감 ▶사업 축소 ▶인력 감축 ▶사옥 매각 또는 임대 전환 추진 등등을 크게 벗어나진 못할 겁니다.

 그동안 공기업 개혁이 언급될 때마다 나온 방안들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이들 내용은 공기업의 근본적인 혁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월급 깎고, 인력 줄인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당 공기업의 설립 목적과 필요성, 소관업무의 적절성과 민간 이양 가능성, 경영 자율성, 미래 전망 등 보다 큰 틀에서 혁신방안을 짚어보고 논의하고 찾아내야 합니다.

 공기업부터 스스로 이런 요소들을 따져봐야 할 텐데요. 그러려면 일주일이란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원 장관은 제대로 준비하고 검토하고 분석하는 절차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졸속(어설프고 빠름. 또는 그런 태도)으로 제출받고, 졸속으로 검토해서 마련한 혁신안은 결국 졸속으로 끝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치밀한 준비, 그리고 과감한 추진이 함께 해야 혁신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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