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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줄폐업..."1시간 5만9000원" 비싸도 '만실'이란 이 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3월 22일 서울의 한 목욕탕 모습. 뉴시스

지난해 3월 22일 서울의 한 목욕탕 모습. 뉴시스

경기도 성남시에서 수십 년 자리를 지켰던 한 대중목욕탕은 철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5일 찾은 목욕탕엔 굳게 닫힌 출입문에 “지금까지 애용해준 고객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고별인사가 붙어 있었다. 인근 상인은 “동네 사랑방 같았던 목욕탕이 끝내 코로나19를 못 이기고 문을 닫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회복 기미 안 보이는 목욕업계

2020년 코로나19 3차 대유행 당시 서울 시내 한 대중목욕탕 사우나가 자진 폐쇄 조치 돼있다. 뉴스1

2020년 코로나19 3차 대유행 당시 서울 시내 한 대중목욕탕 사우나가 자진 폐쇄 조치 돼있다. 뉴스1

목욕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식당·카페 등이 매출을 조금씩 회복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사우나에서 20년 넘게 일했다는 한 관계자는 “목욕탕은 여전히 기피 장소로 인식되는 것 같다. 오늘 온 손님도 손가락으로 셀 정도”라고 말했다. “이 바닥(목욕업)은 이미 망했거나 망해가고 있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게 그의 말이다.

목욕탕·사우나 등은 환기가 어려운 폐쇄적인 공간에 사람이 한데 모이고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는 업종 특성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12일 한 맘 카페에는 “요새도 목욕탕을 가나. 아직도 위험할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에는 “마스크 쓰고 목욕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댓글이 달렸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월정액을 내고 대중목욕탕을 애용해왔다는 김모(60·여)씨는 “거의 매일 드나들던 곳이었지만 계속 안 가다 보니 이제는 갈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생활고에 ‘투잡’ 뛰는 업주도 

서울의 한 목욕탕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목욕탕 모습. 뉴스1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난을 벗어나지 못한 목욕탕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목욕탕·사우나·찜질방 등 목욕장업으로 등록된 업소 가운데 첫 거리 두기 시행(2020년 3월 22일) 후 이달까지 폐업한 업소는 76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목욕 업계에 매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업주들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수년간 대중목욕탕을 운영해온 A씨(65)는 주말인 이날(25일) 가게를 지키지 않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A씨는 “어차피 손님은 한 명도 없고 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업계 성수기인 올해 겨울철까지만 일단 버텨볼 생각이라고 한다. A씨는 “목욕탕 안에서 들려오는 세찬 물소리를 들어본 적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목욕탕에 사람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목욕 문화 

1인 세신샵 내부 모습. 최서인 기자

1인 세신샵 내부 모습. 최서인 기자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목욕 문화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년 넘게 대중목욕탕을 피하면서 감염 우려가 없는 ‘혼목(혼자 목욕)’이 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인 세신샵’에 대한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1인 세신샵 ‘내돈내산(내가 돈 주고 내가 샀다)’ 후기를 최근 한 지역 맘 카페에 남긴 네티즌은 “코로나19 2년 반 만에 세신을 받았는데 60분에 5만9000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적었다.

사람 접촉 없이 목욕할 수 있는 공간은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개별 호실에서 온천욕이 가능한 경기도 화성 월문온천 내 숙박업소들은 이날 오후 대부분 만실이었다. 이날 대실·숙박을 모두 마감한 한 업소 관계자는 “방에서 온천욕을 개별적으로 즐길 수 있어 주말마다 1인 손님이나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번 주말 가족과 이 일대를 찾기로 한 직장인 임모(49)씨는 “코로나19 후 나와 아이들만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이런 장소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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