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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캄보디아댁' 역전승 결승행…"목숨 걸겠다" 비장한 각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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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찮은 부모님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고 다짐했던 스롱 피아비(가운데). 그는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했다. 오른쪽은 부친 찬 스롱, 왼쪽은 석 젠털. [중앙포토]

편찮은 부모님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고 다짐했던 스롱 피아비(가운데). 그는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했다. 오른쪽은 부친 찬 스롱, 왼쪽은 석 젠털. [중앙포토]

“편찮은 부모님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고 다짐했던 ‘당구 캄보디아댁’ 스롱 피아비(32·블루원리조트)가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피아비는 25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2~23시즌 프로당구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4강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김가영을 세트스코어 3-2(11-2, 10-11, 11-4, 9-11, 9-7)로 꺾었다.

피아비는 하이런(한 이닝 연속 최다점) 6점을 몰아치며 첫 세트를 손쉽게 따냈다. 2세트를 아쉽게 내준 피아비는 3세트를 6이닝 만에 가져왔다. 4세트에 9-4로 앞서갔지만 역전을 당한 피아비는 마지막 5세트에서 5-7로 끌려갔다. 하지만 피아비는 4득점을 뽑아 9-7로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 후 큐를 번쩍 들며 기뻐하는 피아비. [사진 PBA]

승리 후 큐를 번쩍 들며 기뻐하는 피아비. [사진 PBA]

캄보디아에서 부모님 감자농사를 돕던 피아비는 2010년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와 ‘코리안 드림’을 이뤄냈다. 이듬해 남편 김만식(61)씨를 따라간 당구장에서 처음 큐를 잡았고, 남편이 사준 3만원짜리 큐로 인생을 바꿨다. 지난 시즌 여자프로당구 LPBA에서 2차례 우승해 상금 7940만원을 받았다.

피아비는 부모님 앞에서 이번 대회를 치르고 있다. 피아비는 시집 온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님을 지난달에 한국에 모셔왔다. 어머니 석 젠털(50)이 어지럼 증세를 보였지만 캄보디아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못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진단 받은 결과 어머니 석 젠털은 목에서 결석 같은 게 발견됐고, 아빠 찬 스롱(51)은 심장 쪽에 이상이 있어 시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속팀 블루원엔젤스 구단주(윤재연 블루원 대표이사)가 건강검진비를 지원해줬고, 충북대학교 병원에서 진료에 도움을 줬다.

딸 경기를 지켜보는 피아비 부모님. [사진 PBA]

딸 경기를 지켜보는 피아비 부모님. [사진 PBA]

지난 15일 충북 청주에서 만난 석 젠털은 캄보디아식 합장인사를 하며 “외국인은 보험 적용이 안돼 치료비가 많이 든다고 들었는데, 한국에서 도움을 줘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찬 스롱은 “캄보디아에서는 나이 차이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딸이 당구로 잘된 것도 (사위가) 당구를 배울 기회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지인들도 (사위를) 부러워한다”고 고마워했다. 장인 찬 스롱은 사위 김만식씨보다 호적상 10살 정도 어리다. 10일 전에 피아비는 “엄마, 아빠가 처음으로 제 공식 경기를 관전하는데 꼭 트로피를 선물하고 싶다. 목숨 걸고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피아비는 이번대회 8강에서 이지연을 꺾는 등 승승장구했다. 피아비는 지난 시즌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 이어 2연속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LPBA 최다 우승자(4회)’ 이미래와 26일 오후 10시 7전4승(세트제, 11점제, 마지막 세트 9점)으로 우승을 다툰다.

피아비는 4강전 승리 후 “관중석에 있는 부모님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보지 않았다. 경기 후 아빠가 ‘손에 땀을 쥐고 보셨다’고 했다. 경기 전에 아빠가 늘 좋은 말을 많이 해주신다. 캄보디아에서는 머리에 물을 뿌리면 행운이 깃든다는 관습이 있다. 긴장하지 말라며 물을 뿌려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손에 트로피를 꼭 안겨드리고 싶다.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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