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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거장' 하라 켄야 "최고의 행복을 주는 최적의 넓이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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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위드 코로나’가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길도 서서히 열리고 있고요. 때맞춰 한국에서 미래의 생활 양식과 주거 문화를 제시하는 ‘하우스 비전 2022’ 전람회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를 총괄한 일본의 ‘디자인 거장’ 하라 켄야 무인양품 아트 디렉터를 만나, 코로나 이후 공간이 어떻게 진화할지 들어봤습니다.

기존 제품 중심의 디자인을 넘어 주거·호텔 등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는 하라 켄야 디렉터. 그가 생각하는 ‘안과 밖의 구별이 없는 오감의 집’ ‘로컬과 글로벌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호텔’에 대한 아이디어에 귀 기울여 보시죠. 그리고 그가 직접 밝힌 평소 ‘일에서 영감을 얻는 방법’도 주목해서 읽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박지호 ‘영감의 서재’ 대표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박지호의 ‘코로나 이후 공간 기획’” 4화 중 일부입니다.

충북 진천에서 열린 '하우스 비전 2022' 전람회 ‘양의 집’에서 만난 하라 켄야 무인양품 아트 디렉터(오른쪽)와 박지호 '영감의 서재' 대표. ⓒ최지훈

충북 진천에서 열린 '하우스 비전 2022' 전람회 ‘양의 집’에서 만난 하라 켄야 무인양품 아트 디렉터(오른쪽)와 박지호 '영감의 서재' 대표. ⓒ최지훈

감각이 열리는 공간이 필요해진 시대

Q. 무인양품과의 활동을 중심으로 ‘공’ 또는 ‘백’을 콘셉트로 한 디렉터님의 디자인 철학은 한국에서도 무척 유명합니다. 반면, 다양한 일상용품을 넘어 주택, 호텔 등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 관심이 확장된 계기를 많은 이들이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는데요. 상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무인양품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약 7500개 이상의 아이템에 관여했는데요. 자연스럽게 생활용품을 넘어 생활 방식에도 접근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집을 짓는 것도 한 번쯤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집의 설계 같은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저는 콘셉트를 기획합니다.

그러다 떠오른 게 '하우스 비전(House Vision)' 프로젝트예요.

미래를 내다볼 때, 집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 이상입니다. 통신, 물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렇듯 다음 산업의 기술이 모이는 곳으로 집을 떠올리게 됐고, 여러 기업에 행사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도쿄에서 하우스 비전을 치르고 나니, 해외에서도 가능성이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2018년에는 조금 특수한 거주 환경을 가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공동 주최자가 만나CEA로 결정되면서 장소가 진천으로 정해졌죠. 농촌의 '농'을 테마로 잡았기 때문에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사실 진천도 농촌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첨단 산업이 집약되고 있는 지역이라고 들었습니다.

하라 켄야가 총괄하고 만나CEA가 공동주최한 '하우스 비전 2022'의 주제는 ‘농農’'으로 여러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김동규

하라 켄야가 총괄하고 만나CEA가 공동주최한 '하우스 비전 2022'의 주제는 ‘농農’'으로 여러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김동규

Q. 이번 하우스 비전에서 '양의 집'이라는 컨셉으로 주거공간을 기획했습니다. 태양의 힘으로 작물을 기르고, 스스로 자족이 가능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생활이 가능한 공간인데요. 컨셉을 떠올리고 발전시킨 과정이 궁금합니다.
무인양품과 협업한 '양의 집'은 그동안 제가 강조해온 철학이 담겨 있어요. 도시형이 아닌 교외형의 거주가 가능한 공간을 실제로 만들어 봤습니다. 토지를 비교적 싼 값으로 살 수 있는 지역에서의 단층집이고요. 공간은 넓지 않지만, 가구가 벽에서 분리돼서 이동시킬 수 있어요. 사방을 다 쓸 수 있는 디자인이다 보니 한정된 면적에도 체감상 더 넓게 느껴지는 거죠. 게다가 적은 비용으로 지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쾌적성과 함께 오감이 열릴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는 겁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주거공간처럼 집 밖과 안을 단절시켜서 안쪽에서만 쾌적하게 지내는 라이스프타일을 탈피해보고 싶었죠. 날씨가 좋을 때는 거실의 마룻바닥과 야외 데크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어디까지가 안이고 밖인지 모를 정도의 개방된 공간을 만들었어요. 원래 아시아 지역은 이런 구조의 집을 지었었는데, 독일의 추운 지방에서 세워진 모던 주택이 유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집들이 유사한 형태를 갖게 됐죠.

'양의 집' 전경 ⓒ김동규

'양의 집' 전경 ⓒ김동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일본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먹을 수 있는 정원'이라는 텃밭을 우드 데크에 만들었죠. 도시 환경에서는 '양의 집'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리나 습도, 온도를 차단하면 이 공간의 매력을 느끼기 어려워요.

하지만 교외라면, 주택뿐 아니라 호텔도 개방감 있는 공간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양의 집'을 몇 채 지어서 빌라 형식으로 호텔을 만들 수 있고요. 그 중심에 레스토랑과 수영장을 넣으면 이 지역을 활성화할 수도 있습니다.

로컬리티 담는 호텔의 진화

Q. 중국과 일본에 무지 호텔이 들어섰죠. 앞으로 ‘호텔’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진화시켜나갈지 또, 한국에는 무지 호텔을 만들 계획이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호텔 영역과 무지 호텔은 구분해야 합니다.

먼저 무지 호텔에 관해 얘기하면, 무인양품은 제품뿐 아니라 여러 가지 분야로 발전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항공업이나 여행업을 할 수도 있겠죠. 무인양품이 만드는 비행기는 지금껏 우리가 타고 다닌 비행기와 다를 수 있어요. 프로펠러 비행기로 천천히 여행하는 경험을 판매할 수도 있는 거죠. 무인양품이 만드는 야구팀은 어떨까요? 은퇴한 선수들을 모아서 재밌는 시합을 열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무인양품은 지금껏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역량이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일본 긴자의 무지호텔 ⓒ무인양품

일본 긴자의 무지호텔 ⓒ무인양품

무지호텔의 객실. ⓒ무인양품

무지호텔의 객실. ⓒ무인양품

마찬가지로 무지 호텔도 다양한 스타일이 가능해요. 비즈니스호텔로서 합리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만이 정답은 아녜요. 별 6개짜리 호화로운 무지 호텔도 기획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거죠. 저와 무인양품은 호텔 운영이 아니라 기획과 디자인, 브랜딩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에서도 무지 호텔을 만들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호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전망은 어떤가요?
제가 다수의 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깨달은 게 있습니다.

새로운 글로벌 시대에는 로컬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거라는 거죠. 로컬과 글로벌은 대조되는 것이 아니라 합체된 하나의 개념으로서 봐야 해요.

글로벌은 경제 용어지만, 로컬리티는 고유문화를 의미합니다. 국가 간 이동이 굉장히 쉬워졌기 때문에, 개별 로컬리티가 각각의 가치를 갖고 발달하면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한국도 이미 체감하고 있죠. 그래서 지금은 각 지역의 풍토와 자연환경의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제 생각에는, 사람들은 더 이상 화려한 게 아니라, 옛것이 보존된 공간에서 현대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원해요. 그래서 저는 일본 열도의 가능성을 깊이 파헤쳐서 곳곳의 로컬리티를 이끌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공비행'이라는 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호텔을 프로듀싱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호텔이 들어서서 그곳의 경관을 망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 호텔에 와서 '이 지역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구나'라고 녹아들 수 있는 게 좋은 거죠. 풍토와 환경을 해석하는 도구로서의 호텔이 필요한데, 지금까진 그런 공간이 드물었기 때문에 앞으로 만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최지훈

ⓒ최지훈

최고의 행복을 주는 최적의 넓이는?

Q. 최근 다양한 브랜드들이 공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브랜딩의 일환으로 무인양품처럼 브랜드 가치를 공간을 통해 담아내는 사례도 늘고 있고요. 브랜드의 관점에서 봤을 때, 공간을 주목하는 현상과 또 공간을 통해 앞으로 무엇을 더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디렉터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각각의 브랜드가 가진 사상들이 자연과의 관계를 정해 나간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는 자연을 지켜나가는 것을 굳이 공표하지 않더라도 계속 자연을 지키면서 제품을 만들겠죠.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 역시 자연 안에서의 프론티어를 중요시하면서 출발했기 때문에 공간을 만든다면 아웃도어에서 생활하는 새로운 쾌적함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을 거예요. 무인양품은 처음부터 고가의 제품보다는 간결하고 간소한 것에 포인트를 둬서 이런 형태의 '양의 집'이 나온 것이고요.

Q. 그동안 디자인한 제품들을 향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던 코멘트가 항상 인상적이었어요. 이번 ‘양의 집’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 집에 사는 사람이 어떤 느낌과 만족감을 갖기를 바라나요.
'양의 집'은 먼저, 어떻게 하면 생활하기 좋은 집을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한 모델이에요. 기본적인 기능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집이죠. 그래서 아이가 많은 집이나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이 살기에는 사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제 막 결혼한 부부라든지 아이들이 독립한 노부부가 살기 좋죠.

아무래도 교외형이기 때문에 단층집으로 지을 수 있었고요. 도심은 토지가 비싸서 공간을 만들려면 2층, 3층으로 층수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사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불편한 점이 있고 청소도 쉽지 않으니까요.

공간이 넓기만 하면 정말 좋을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은 좁다고 해서 무조건 불편한 것도 아니고, 넓은 것이 오히려 불편할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수영장이 딸린 호화로운 주택을 동경할 수도 있지만, 막상 살아보면 불편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 주택은 자유롭게 혼자서 관리를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잖아요. 혼자 사는데 혼자서 관리하지 못하는 공간에 머물 때 얼마나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낭비 없이 조정하면 이 정도의 공간에서도 충분히 기능성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어요. 식구가 많다면 이 뒤에 같은 집을 하나 더 연결해서 집단 주택지로 조성할 수 있고요.

‘럭셔리’라는 개념도 바뀔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럭셔리를 어떻게 해석해나갈지 개인적으로 궁금해요. 지금까지의 화려하고 고가의 개념을 사람들이 과연 그대로 가져갈까요? 이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안과 밖이 트여있는 '양의 집' 내부 ⓒ김동규

안과 밖이 트여있는 '양의 집' 내부 ⓒ김동규

안과 밖이 트여있는 '양의 집' 내부 ⓒ김동규

안과 밖이 트여있는 '양의 집' 내부 ⓒ김동규

Q. 서울 및 대도시의 주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하우스 비전을 한국에서 하게 된다면 서울 등 대도시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수도권에서 떨어진 농촌 지역을 선택했습니다.
(후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박지호의 ‘코로나 이후 공간 기획’” 4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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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 ‘영감의 서재’ 대표는 “코로나 이후에도 공간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좋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로나 이후 공간 기획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사람들이 모이는 새로운 공간을 기획한 기획자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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