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픈 기간에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통하는 비결은 페어링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06.25 08:00

업데이트 2022.06.28 13:41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④ 빈호

와인과 음식 사이의 궁합, 페어링이 무엇인지 궁금한 당신에게 주는 정답지

미역과 토마토 주스를 곁들인 삼배체굴. 사진 김성현

미역과 토마토 주스를 곁들인 삼배체굴. 사진 김성현

STORY  

“와인은 누구나 팔 수 있지만,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재단하고 정량화하기 어렵죠. 셰프 출신 소믈리에로서 음식과 와인의 궁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해요. 같은 와인을 먹어도 최적의 상태로 200점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 그게 저의 역할이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장기죠”

서울의 모든 맛집이 모여 있는 강남 한복판, 논현동의 북적거리는 도로를 지나 조용하고 한적한 언덕 위 새롭게 문을 연 와인 다이닝바 ‘VINHO(빈호)’의 대표 김진호(35) 소믈리에의 말이다.

빈호의 대표 김진호 소믈리에. 사진 김성현

빈호의 대표 김진호 소믈리에. 사진 김성현

호주 멜버른에서 요리를 배운 김 대표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제라늄(Geranium)’과 한국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에서 7년간 경력을 쌓으며 유려하면서도 섬세한 접객으로 이름을 알렸다. 빈호엔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에서 수학하고 오사카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라심(La Cime)과 플로레레쥬(Florilège)에서 경력을 쌓은 뒤 ‘밍글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성빈(31) 셰프가 함께하고 있다. 오는 7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가오픈 기간임에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푸디’(foodie∙식도락가)와 와인 마니아들에게 ‘꼭 가봐야 하는 공간’으로 통한다. 현재 예약 위주로 진행되는 특성상 현장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빈호’의 가장 큰 무기와 매력은 파인다이닝에서나 맛볼 수 있는 수준급 요리와 그 요리를 더욱 살려주는 기막힌 와인 페어링이다. 유명 생산자의 와인은 물론이고,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주목받는 생산자부터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지역 토착 품종의 와인까지. 식사 내내 줄줄이 이어지는 와인의 향연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음식과 만나며 경험해보지 못했던 놀라운 궁합을 선보인다. 와인과 음식에 대한 김 대표의 진심과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룸과 홀, 주방까지 모든 경계를 없애 시원한 빈호의 내부. 사진 김성현

룸과 홀, 주방까지 모든 경계를 없애 시원한 빈호의 내부. 사진 김성현

통유리 너머로 널찍하고 시원하게 뻗은 공간, 룸과 홀을 비롯해 주방까지 모든 경계를 없앤 ‘빈호’의 인테리어 또한 인상적이다. 이곳의 공간은 고객이 셰프∙소믈리에와 자유롭게 소통하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마치 하나의 무대 같은 이곳에 모인 이들은 서로 행복을 주고받으며, 음식과 와인이 주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EAT


이해가 어려운 복잡한 음식 혹은 어려운 조합은 이곳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음식과 와인 모두 직관적인 맛을 터트리며 기분 좋게 미각을 자극한다. 그러나 ‘직관적’이라는 표현이 결코 ‘단순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빈호’가 선보이는 음식과 함께 나오는 와인에는 예상치 못한 의외성과 다양성이 존재한다.

버터 레터스로 잿방어를 감싼 타르타르. 사진 김성현

버터 레터스로 잿방어를 감싼 타르타르. 사진 김성현

신선한 삼배체굴은 미역으로 씹는 재미를 더하고 토마토 주스를 곁들여 입에 달라붙는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제철 생선을 다져 버터레터스로 감싼 타르타르 역시 가츠오부시 크림이 함께 하며 예상치 못한 독특한 풍미를 더 한다. 녹진한 맛으로 무장한 제주산 아스파라거스와 전복은 계란 샐러드가 신선함을 유지하며 밸런스를 잡아준다.

함께 곁들여지는 와인은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음식과 궁합을 고려해 준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어지는 모든 와인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음식이 가진 캐릭터를 한층 더 끌어올리며 입맛을 자극한다. 비장탄에 구워 기름진 고소함을 한층 더 끌어올린 덕자는 유질감이 있는 와인과 함께하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때로는 적당한 산미나 미네랄 뉘앙스를 갖춘 와인들이 해산물과 기분 좋은 궁합을 보인다. 이 모든 것이 결코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다.

비장탄에 구운 덕자와 쌉사름한 겨자채와 커리소스. 사진 김성현

비장탄에 구운 덕자와 쌉사름한 겨자채와 커리소스. 사진 김성현

달큰한 파스닙과 함께하는 오리 요리 역시 ‘겉바속촉’의 정수처럼 느껴진다. 바삭한 껍질과 부드럽고 촉촉한 속살은 높은 수준의 완성도로 기분 좋은 놀라움을 안긴다. 식어도 비린 향과 맛은 느껴지지 않는 양고기 역시 일품이다. 튀긴 마늘을 넣은 하리사 소스와 소시지로 속을 채운 호박꽃은 양고기의 맛을 한층 더 다양하게 꾸며준다. 여기에 매칭되는 와인들은 재료가 가진 특정 캐릭터를 더욱 강화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한나(24) 파티시에의 디저트 또한 일품이다. 한국 전통 디저트인 약과는 참깨와 코코넛을 만나 마지막까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위스키 시럽에 절인 튀긴 약과는 깊이 있는 달콤함을 뿜어내고 참깨와 코코넛을 인퓨징한 아이스크림에서는 결이 다른 고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VINHO(빈호)
· 주소 : 서울 강남구 학동로43길 38 지상 162호
· 가격대 : 2만~3만원대(단품), 13만원(코스)
· 메뉴 : 코스 혹은 단품 메뉴 주문 가능(코스 이용 시 라스트오더 20시, 단품 이용 시 라스트오더 22시. 주류 주문 필수)
· 대표 메뉴 : 제철생선 타르타르, 오리구이, 참깨 코코넛 디저트 등
· 예약 안내 :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 이용 또는 빈호 공식 인스타그램 문의
· 영업 시간 : 오후 6시 오픈. 매주 일요일, 둘째·넷째 월요일(격주) 휴무
· 주차 : 건물 내 지하 주차장 이용 가능. 2시간 30분까지 무료 이용

#와인페어링 #와인바 #다이닝바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