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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서영의 별별영어] 언버스데이(Unbirthday)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4호 31면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매일이 생일인듯 특별한 기분일 수 있을까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에선 가능합니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소설 아시죠? 만화영화 버전의 한 대목을 소개할게요.

양복 입은 ‘3월 토끼(March Hare)’와 ‘이상한 모자 아저씨(Mad Hatter)’가 예쁜 주전자들을 채우며 파티를 열어요. 지나가던 앨리스가 생일이냐고 묻자 그들은 정색하며 말합니다.

“Statistics prove that you have one birthday. Imagine! Just one birthday every year! Ah, but there are three hundred and sixty-four unbirthdays. Precisely why we’re gathered here to cheer. (통계에 따르면 너에겐 한 번의 생일이 있지. 상상해봐, 해마다 단 하루의 생일이라니! 하지만 364일의 비생일이 있네. 바로 그래서 우리가 여기 모여 축하하는 거야.)”

이 장면은 디즈니 영화사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소설의 후편에 있는 이야기를 신나는 노래 ‘The Unbirthday Song’과 함께 수록해 알려졌어요. 중독성 있는 후렴구는 “A very merry unbirthday to you(생일이 아닌 날 축하해요)!”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죠? ‘unbirthday’는 흔히 보는 단어가 아닙니다. 우리말로 ‘비(非)생일’인데, ‘-이 아닌’ 즉, 부정의 의미인 접두사 ‘un-’은 ‘unhappy(불행한)’나 ‘untrue(진실하지 않은)’처럼 형용사와 자주 결합하지 명사와는 거의 결합하지 않잖아요? 이 접두사는 동사와도 결합하는데 이때는 부정이 아닌 ‘역으로’라는 의미죠. 예를 들어 ‘undo(원상태로 되돌리다),’ ‘unwind(감은 것을 풀다)’처럼요. 그러나 ‘un-’이 명사와 바로 결합한 경우는 ‘unrest(불안정)’같이 흔히 쓰지 않는 단어 하나를 겨우 떠올릴 수 있는 정도예요. 즉, 아무 단어에 접사를 붙인다고 새로운 단어가 되진 않는 거죠.

물론 일반적인 방식을 벗어나면 주목을 끕니다. 1970년대 세븐업은 코카콜라와 펩시가 장악한 음료 시장에 ‘uncola’라는 신조어를 내세워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각인시켰죠.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지만 이처럼 관행을 깨는 일이 가능해요. 언어의 생명력은 사용자들의 창의성에 의해 빛을 발하고 예술가가 만든 독창적인 말은 세상을 특별하게 바라보게 해줍니다.

어쩌면 캐럴은 ‘unbirthday’를 통해 생일에만 축하받는 것이 서운했던 어린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 아닐까요? ‘비생일’을 축하하자는 말은 우리의 매일 매일이 축복받아 마땅하다고 일깨워 줍니다. 혹시 오늘이 ‘언버스데이’인가요? 행복한 날 보내세요!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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