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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병에 걸린 사회…슬픔의 창의적인 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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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호 20면

비터스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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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케인 지음
정미나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이가 태어나고 가끔 자장가로 ‘섬집 아기’를 불러준 적이 있다. 문득 이 노래를 불러줘도 될까 걱정이 됐다. 슬픔을 넘어 우울감이 느껴지는 가사와 운율 때문이다. 인터넷에 섬집 아기를 검색하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꽤 있을 뿐 아니라, ‘섬집 아기 괴담’이라는 연관 검색어까지 등장한다. 노래에 드리운 슬픔의 그림자를 꺼리는 이들은 나만이 아니었다.

우울함이나 슬픔은 쉽게 부정적 감정으로 치부된다. 밝고 즐거워야 하고, 모든 것이 다 괜찮아야 하는 긍정병에 걸린 요즘 시대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슬픔·고통·상실·이별·불안 등은 되도록 외면하고, 멀리해야 하는 감정일까?

경제학자 캐롤 얀 보로웨키는 언어분석 소프트웨어로 모차르트·베토벤·리스트가 일생 쓴 서신 1400통을 연구했다. 이들이 행복 같은 긍정적 감정이나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을 편지에 언급한 경우를 추적해 같은 시기에 작곡한 음악을 분석했다. 결과는 세 명의 예술가들이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있을 때 더 창의적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첫 책 『콰이어트』에서 외향성만이 인정받는 세상에서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를 증명했다. 이번에는 슬픔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원래 주역은 기쁨이와 소심이였단다. 슬픔이도 고려했지만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하지만 기쁨이는 소심이에게서 배울 게 없었다. 슬픔이야말로 우리를 연결해주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슬픔이로 주역을 바꾸고 나서 영화는 대성공을 거둔다.

우리는 암암리에 기쁨만을 강조하고, 슬픔을 도외시한다. 우는 것은 꼴사납고, 심지어 우울함은 열등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저자는 오히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창의성을 분발시키며 사람들을 연결해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슬픔이 사라진 척하지 말자고, 인간 본성의 달콤씁쓸한 본성을 거부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책 후반부는 슬픔의 사회적 효용을,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생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감정인지를 설파한다. 슬픔과 갈망, 연민, 애도의 감정을 진정으로 마주할 때, 치유할 힘이 생기고 해방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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